수신전용전화 이등병관리에 특효약
본 내용은 국방일보 10.22일자 16면 '오피니언'난에 게재되었음 (편집자 주)
온 식구가 맨발로 뛰어나가며 소리친다. “유찬이 왔다.” 이등병이 첫 휴가 나왔을 때의 모습이다. 거실에 있던 엄마가 현관문을 열어주며 환영한다. “유찬이 휴가 나왔구나.” 일등병이 휴가나왔을 때의 모습이다.
“너 또 휴가 나왔니? 냉장고에 밥 있으니 챙겨먹어라.” 상병·병장이 휴가나왔을 때 모습이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부대 입장에서는 이등병관리가 병력관리의 핵심이고 부모 입장에서는 이등병 아들이 최고의 걱정거리라는 뜻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유행한 때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등병이다. 이등병을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부대관리의 핵심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수신전용 전화기가 설치돼 후방에 있는 가족들이 병사들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영내 일반전화를 통해 받기만 할 수 있었던 가족들이 이제는 전화를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많은 찬반 양론이 있었을 테고, 문제점도 제기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도입기로 한 우리 군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일각에서 군기 운운하며 걱정하는 소리도 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제도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병사들이 일과 후 부대에서 집으로 전화를 하려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일과 이후에만 전화를 할 수 있는 데다가 전화기 수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등병 시절에는 사실상 후방의 부모에게 전화 한 번 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채이는 선임병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허드렛일을 도맡아야 하고 심지어는 전화도 선임병 인솔하에 해야 하는 부대도 있다.
따라서 이 제도를 운영해보면 후방에서 중대에 전화하는 사람들은 이등병의 소식에 목말라 있는 가족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점도 예상된다. 중대 행정반에서 “이유찬 이병 전화받아라.” 잠시 후 “김유찬 이병 전화받아라.” 잠시 후 “박유찬 이병 전화받아라.” 그뿐 아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화를 해대는 눈치없는 맹렬 곰신의 전화는 또 어찌할 건가?
하지만 결론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등병이 휴가 나올 때마다 가족들의 반응이 시큰둥해지듯이 이등병에게 오는 가족들의 전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횟수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몇 달 지나면 일병이 돼 첫 휴가를 나가게 된다. 부모님의 아들 걱정 끝, 지휘관의 이등병관리 끝이다.
얼마 전 국방일보에 어떤 대대장이 “부모님의 심정으로 병사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쓴 글을 보았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아이들을 둔 대대장이 어찌 아들이 군에 가 있는 부모의 마음을 알겠는가? 그래서 “부모님의 마음”이란 용어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실제로 이등병을 둔 부모가 돼 보지 않고 어찌 이등병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따라서 각급 부대 지휘관이 이등병을 둔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부대관리를 한다면 우리 병영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전군에 선임 병사들이 이등병 시절을 생각하면서 이등병을 보살핀다면 우리 군의 전투력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2년 전에는 이등병 아들을 두었고, 지금은 최선임 병장 아들을 두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조치는 지휘부담과 부모 걱정을 동시에 덜어줄 수 있는 획기적 조치라 생각한다. 다소간의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시행해가면서 보완하면 될 것이다. 전군의 이등병 여러분 파이팅!(konas)
이정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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