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가 각광받는 이유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진짜 사나이’라는 데에 나도 동감한다. 왜냐하면 결혼 후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아내가 이 프로그램에 눈이 팔려 도통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군 생활 이야기를 하면 콧방귀나 뀌거나 무관심으로 대응하던 아내가 그 시간이 되면 이렇게 텔레비전 안으로 들어갈 듯이 집중력을 발휘하는 저 거룩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첫 번째 이유를 억지로 꼽자면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 재미없어서 그럴 것이다. 언론매체의 기사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어떤 사건에 대해 어느 신문은 옳다 하고 어느 신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나의 기사만이 그런 게 아니라 이야깃거리만 있으면 늘 그러하다. 자기만이 옳다고 한다. 어느 것이 사실인가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국민은 재미있는 것이 없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판에 그런 것에 머리를 쓰면서 편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진짜 사나이’가 재미있어서 그럴 것이다. 최근 인기 프로그램들이 식상하기 시작한 무렵에 나타난, 여성들이 느끼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 없어 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군대 이야기가 남녀노소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극기 상황들이 잘 묘사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가 연출이라는 카메라 예술의 본질을 가지고 내게 무어라 하면 굳이 대답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세상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으면 이 프로그램 앞에서 박장대소하면서 때로는 감동의 눈물을 나누면서 빠져들겠는가. 사실 전후방 각급 부대에 있는 현역 병사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훈련의 강도가 별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이 감상의 즐거움을 용인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출연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동감을 이루는 너그러움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지난 국군의 날 행사를 보면서 나는 잔잔한 감동에 빠졌다. 일찍이 고등학교 시절 합창단원으로 행사에 두 번이나 참가했고, 학군후보생 시절에도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특전사 군 생활 시절에도 퍼레이드에 참여했던 나로서는 행사 하나 하나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생각해 보면 한여름 여의도 광장 아스팔트 열기는 정말로 대단했다. 그 열기를 뚫고 팔을 휘두르며 오와 열을 맞추던 생각이 났다. 눈동자도 움직이지 못했던 부동자세의 행사대기, 손가락 한 마디 움직이지 못한 차려 자세, 그리고 그것을 겪고 난 뒤의 화려한 시가행진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려온다. 국군의 날 행사를 마치고 오후에 시가행진이 끝난 후 신문에 별 시시콜콜한 내용의 기사들이 사진과 함께 떠 있었다. 시내 행진에서 오와 열이 맞지 않고 팔 높이가 어쩌고, 군기가 어쩌고저쩌고….
그 기사를 보고 이 시대의 팍팍한 마음 씀을 보고 있었다. 물론 군을 사랑하는 분의 걱정 어린 말씀을 기사화했겠지만, 이 날은 지적보다는 그들에게 사랑의 박수가 우선돼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들의 안방에서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면, 그 따스한 눈으로 군의 울타리 안에서 누군가와 함께 땀 흘리는 우리들의 청춘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써야 하지 않을까 한다.(konas)
이 근 영 (대진대학교 총장) young@daej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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