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핵억제태세 평가와 전략 모색 ②
2. 거부적 억제
응징적 억제는 핵시대에 들어선 인류가 대안이 없어서 채택한 것이기는 하지만, 'MAD=mad'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끝없는 핵군비경쟁을 유발한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서로가 상대의 제1격으로부터 생존하여 반격(또는 제2격)할 수 있는 충분한 핵무기를 구비해야했고, 상대방이 증강하는 것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핵전력으로 증강해야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같이 잃을 것이 많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공멸을 각오하면서 공격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점, 다른 말로 하면 “핵무기와 더불어 사는 삶”(Living with Nuclear Weapons)18)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상대방이 자포자기나 분노에 의하여 핵전쟁을 일으키거나 실수에 의하여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속수무책이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응징적 억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냉전시대에 응징적 억제가 작용하였다고 하지만 그것이 억제 노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애초부터 공격할 의사가 없었던 것인 지를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이 특정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억제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냉전기간 동안 소련이 미국에 대해서 핵공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억제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소련의 미국에 대한 핵공격 의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가?”19)와 같은 질문에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사태가 왜 발생하였는가를 설명하기는 쉽지만 왜 발생하지 않았는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20)공격하면 응징하겠다는 위협이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했다는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1983년 미국의 레이건(Ronald W. Reagan) 대통령은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이라는 슬로건으로 공격해오는 상대방의 핵미사일을 요격(邀擊, interception)한다는 개념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 개념은 재래식 전쟁에 적용되어온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 거부적 억제)를 핵전략에 적용하는 내용으로서, 억제 차원에서 방어를 재 정의한 것이다. 즉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공격자의 목표 확보 가능성 판단(estimate of probability)에 영향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서,21)공격자의 기도를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방어태세를 구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부적 억제는 상황을 통제하는 가운데 강압을 달성하는 방법으로서,22)적이 도발하더라도 방어로 전환하면 되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방책이고, 군비경쟁이 없을 수는 없으나 응징적 억제처럼 대규모적이거나 급격하지는 않다는 유리점이 있다.23)거부적 억제 차원에서 시행되는 조치는 대부분 국제적으로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워게임(war game)을 통하여 상대방의 공격과 아측의 방어태세를 객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어서 신뢰성도 클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의 공격을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포괄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데 투자되는 비용과 노력이 적지 않고, 상대방의 의도와 전략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불리함이 존재한다.
레이건 대통령이 제시한 핵무기에 대한 거부적 억제는 기술의 미발전으로 구현되지 못하다가 20년 정도 지나 부시(George W. Bush, 아들) 대통령 시대에 구현되었다.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는 공격해오는 상대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직접 타격하여 파괴한다는 개념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였지만, 부시대통령은 그 기술의 개발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2004년부터 적 미사일을 직격파괴(直擊破壞, hit-to-kill: 미사일의 몸체를 직접 타격하여 파괴시키는 방법)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을 실전배치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상당할 정도로 그 수와 질을 향상시킨 상태이다. 이러한 미사일 방어는 이스라엘, 일본 등의 우방국들에게도 확산되고 있고, 관심을 갖는 국가들이 증대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도 나름대로의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4)이제 세계는 핵무기에 있어서도 응징적 억제와 함께 거부적 억제도 동시에 적용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Ⅲ.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국군의 억제태세 평가
1.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영변지역에 독자적인 핵시설을 건설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사찰이나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 회담 관련국들의 지속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였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하였으며,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북한은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고...다종화(多種化)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자평한 바 있다.25)
지금까지 북한이 몇 개의 핵무기를 제작하였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 양의 경우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총 40-50kg,26) 미 의회조사국에서는 30-50kg,27)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는 42-46kg으로28)추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2006년, 2009년, 2013년의 세 차례의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을 각각 5-6kg으로 간주하여 제외하고, 하나의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6kg의 플루토늄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북한은 개략적으로 5-8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29)
북한 핵무기의 성능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2006년의 1차 핵실험 규모는 1kt 이하, 2009년 2차 핵실험은 4kt의 핵폭발장치 시험을 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고,30)3차 핵실험은 6-7kt으로 평가되고 있다.31) 제3차 핵실험의 경우 그 위력이 20kt이라는 평가32)도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성능이 대폭적으로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또한 2010년 11월 북한은 헤커(Sigefried Hecker)를 비롯한 미국의 핵과학자들에게 천여기 규모의 고속 원심분리기를 구비한 우라늄 농축 공장을 공개함으로써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과시한 적도 있다.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을 가진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를 추가적으로 만들 수 있고,33)그렇게 되면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숫자는 급속도로 증대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항은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였느냐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의 미국처럼 북한은 지금도 IL-28 폭격기, MIG-21, 23, 29 전폭기 등으로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지만, 한국은 고도의 방공체계를 활용하여 공격해오는 북한공군기들을 북한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다. 반면에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경우 이에 대한 공중 요격능력이 없는 한국은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 다만,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미사일 직경(스커드 B의 경우 90cm 정도)과 탑재중량(스커드 B의 경우 1t 정도) 이하로 소형화해야 한다. 제3차 핵실험 후 북한 스스로 소형화하였다고 공표한 상태이고, 미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에서도 “북한은 현재 탄도미사일로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중간 정도의 신뢰성으로’(with moderate confidence) 평가한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2013년 4월 11일 램본(Doug Lamborn) 상원의원이 공개해버린 바 있다.34)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상당한 바, 1980년대 초 이집트로부터 확보한 소련제 Scud-B를 역설계하여 자체의 미사일을 개발한 후 1984년에는 사정거리 300km의 Scud-B를 생산한 후 이어서 500km의 Scud-C를 생산하여 배치하였다. 1990년대에는 사정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을 배치하였고, 2007년에는 사정거리 3,000km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일본과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북한은 1990년대부터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착수하여 1998년 대포동 1호, 2006년, 2009, 2012년에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하였다. 대체적으로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600기, 노동 미사일 200기를 포함하여 1,000기 정도의 다양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35)
더구나 북한은 2010년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사거리가 3,000-4,000km이고 차량에 탑재된 무수단 미사일과 120km의 단거리이기는 하지만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이동식 미사일인 KN-02 미사일을 공개하기도 하였고,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퍼레이드에서는 사거리 5천㎞ 이상으로 추정되는 차량탑재 신형 미사일인 KN-08을 공개하기도 하였다.36)또한 3차 핵실험 하루 전인 2013년 2월 11일에는 그 미사일의 엔진 성능개량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37)무수단 미사일이나 KN-08의 경우 시험평가를 하지 않아서 진위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제3차 핵실험과 한미 양국의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위기가 고조된 2013년 3월과 4월에 북한은 다수의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로 이동시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들을 탑재하여 이동시킬 수 있는 차량(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을 200대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38)북한 핵미사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여 타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2.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반드시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는 절대무기라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떤 상황에 의하여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미 양국에 의한 대대적인 보복을 받아서 정권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인하여 북한도 외부에 대한 공격용이 아니라 체제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39)2012년 1월 미 국가정보국장도 북한이 군사적 패배에 직면하여 영토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는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40)
그러나 스퇴싱어(John Stossinger)가 제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비롯한 최근의 10개 전쟁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쟁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It was people who actually precipitated the war).”라고 분석했듯이41)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지도자의 성격적 결함, 자존심, 오판 등에 의하여 극단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김정은과 같은 젊은 지도자일수록 오판의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김정은에 대하여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젊은 지도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탔는데, 어디로 갈지, 김정은이 호랑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다.”라는 서진영 교수의 평가처럼42)불안함과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은 “다소 호전적인 대남인식”을 지니고 있고,43)“제도적 리더십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담하고 호방하여 자유분방한 파격행보”를 한다는 평가44)등을 고려할 때 핵무기에 관하여 합리적인 판단만을 내릴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북한의 권력체제를 보더라도 김정은은 ‘백두의 혈통’이라는 친척들과 ‘만경대 혈통’이라는 조선노동당 엘리트들과 연대를 형성하면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만 김정은은 엘리트들이 단결하여 그를 제거할까봐 불안해하면서 그들을 의심하고, 엘리트들은 김정은에 의하여 언제든지 제거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어서 불안정한 측면도 적지 않다.45)그리고 이러한 불안정 상태에서는 김정은이라는 1인의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시험해보려는 욕구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외 군사적 도발의 형태로 분출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북한의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 제4조에서는 핵무기는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 김정은 단독의 지시가 보장되어 있다.46)
또한 위법의 제2조에는 “(북의) 핵무력은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라고 되어 있어 유사시 핵사용을 공식화하고 있다. 다만, 제5조에서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지만,47)이것은 역으로 미국(적대적인 핵보유국)과 한국(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3월 27일 북한은 인민군최고사령부 명의의 성명을 통하여 전략로켓트군과 야전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로 진입시켰다고 발표하면서 “강력한 핵 선제타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국방대학교의 한용섭 교수는 북한이 체제경쟁에서 실패하여 무력으로 남북통일을 시도하는 길 이외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재래식 전쟁을 일으켜 남한의 일부를 장악한 후 한미연합군의 반격을 저지하고자 하거나, 남북한 간에 발생한 위기상황을 북한에게 유리하게 종결지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미국의 핵보복공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48)러시아의 언론인인 골츠(Alexander Golts)는 2013년 4월 12일의 기사에서 자국민의 고생에 무관심한 김정은의 행태를 고려할 때 체르노빌이 동화로 느껴질 만큼 끔찍한 어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였다.49)(konas) 3부에서 계속
박 휘 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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