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에
2013년의 새벽이 밝아올 때 내가 과연 올해의 섣달 그믐날을 이렇게 맞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습니다. 내 몸에 무슨 불치의 병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80을 훌쩍 넘은 노인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나이 많은 사람들을 먼저 불러 가시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사람은 할 일이 끝났으면 떠나가야지요. 그 시간을 우리가 정하는 건 아니지만.
2013년도 나에게 있어서는 실패의 한 해였습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가장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사람됨이 거짓되다는 것입니다. 겸손한 사람으로 남의 눈에 비치기 위해 속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그대로 받아주셔야 합니다. 내 말이 사실입니다.
내가 못났다는 사실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못났으면서도 잘난 척 하고 살았습니다. 깊은 신앙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매우 신앙이 돈독한 사람처럼 행세했습니다. 나에게 편지를 띠우면서, “존경하는 선생님,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하면 나는 괴롭고 부끄럽습니다. “나에게 존경 받을 만한 아무 것도 없는데...”라고 마음속으로 뇌까리면서, “내가 사람을 속이는 명인이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직하지 못한 삶이 금년 정초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나는 부정직하게 살아왔습니다. 내가 출연하는 TV의 프로를 시청하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기쁜 일이라기보다는 괴로운 일입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困苦)한 사람이로다”라고 고백한 사도 바울의 말에서 약간의 위로를 받습니다.
나의 거짓된 삶이 금년으로 끝나기를 기도하지만 내 안에 늘 있는 악마가 비웃으면서 이렇게 주절댑니다. “두고 봐라, 그렇게 되나 어디 두고 봐라!”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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