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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큰헤드 정신’과 리더십

Written by. 조동성   입력 : 2014-04-29 오전 9: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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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2년 2월 27일 ‘버큰헤드(Birkenhead) 함’은 남아프리카 인근 해역에서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함장을 포함한 군인(승조원인 해군 수병과 승객인 육군 보병) 400여 명은 “그동안 우리를 위해 희생해 온 가족들을 우리가 지킬 때다. 어린이와 여자부터 탈출시켜라”라는 함장의 명령에 따라 멀어져가는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면서 배와 운명을 함께했다.

 그 장엄한 모습은 그로부터 꼭 100년 뒤인 1952년에도 재현됐다. 군인과 가족 1515명이 탄 군 수송선 ‘엠파이어 윈드러시(Empire Windrush) 함’이 보일러실 폭발 사고로 알제리 인근에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선원과 군인 300여 명은 여성과 아이·환자들이 안전하게 구명정에 탄 것을 확인한 뒤 함장의 명령에 따라 바다로 뛰어내렸다.

 이러한 ‘버큰헤드 정신’은 민간 선박에도 적용됐다. 1912년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처녀 항해 중 대서양에서 빙산을 만나 침몰한 ‘타이타닉 호’ 이야기다.

 승객 2200명 가운데 여성 구조율 74%, 남성 구조율은 20%였다. 당시 타이타닉 호의 선장은 은퇴를 앞둔 에드워드 존 스미스였는데, 그는 어린이와 여성을 먼저 구출할 것을 승무원들에게 명령한 후 영화에서와 같이 조타실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침몰 도중에도 선내 악단이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같은 선장들의 리더십은 이후 해상사고 처리에 모범이 됐으며, 선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대양을 건너는 승객들이 선장과 선원을 신뢰하고 탑승할 수 있게 됐음은 물론이다. 약자를 배려하고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이 보다 큰 책임을 지는 전통은 선박이 아니더라도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일반 원칙이 됐다.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지닌 리더는 조직을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기 마련이다.

 ‘버큰헤드 함’ 침몰 후 162년이 지난 올해, 대한민국 진도 앞바다에서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 전원은 탈출했지만, 수백 명의 승객들이 실종됐다. 150여 년이 넘도록 세계 곳곳에서 지켜오던 ‘버큰헤드 정신’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세월호 선장에겐 승객을 구호해야 할 선장으로서의 리더십은 물론 자랑스러운 ‘버큰헤드 정신’을 실천할 의지마저 없었다. 함께 탈출해 버린 선원들 역시 탑승객을 우선시하고 배와 운명을 같이하는 훌륭한 선원정신(Good seamanship)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무장과 안내하던 여승무원 등은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승객을 구조하다 희생됐다.

 ‘버큰헤드 함’은 비록 침몰했음에도 영국인들에게 커다란 자긍심과 자랑스러운 전통을 안겨 줬으나 ‘세월호’는 우리에게 엄청난 자괴감과 무력감을 안겼다. 미디어가 발달한 21세기에 수많은 학생들이 갇힌 선박이 서서히 침몰하는 것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한 사람의 참모습은 위기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진정한 모습 역시 위기 상황에서 나타난다. 온 국민이 애도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참모습은 어떠한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십과 솔선수범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 안중근의사기념관장)

* 출처 : 국방일보 29일자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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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교훈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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