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최원일 함장과 케네디
우리 사회는 무엇이든 의심하고 보자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조사한 ‘천안함, 정부 조사 믿는다, 10명 중 3명’이라는 기사는 최근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심각히 생각하게 한다. 이번 여론조사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방식일 수도 있다. 믿음과 신뢰가 무너진 정부나 사회는 국민들에게서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믿음과 신뢰가 근원적인 오류가 아닌 불필요한 변명과 잦은 말 바꾸기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정말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하나 되고 일치된 가해자를 찾았으면서도 찾았다고 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다수 국민들은 침몰 원인에 대해 이견(異見)을 보이며, 일부 인사의 주장이나 인터넷 매체의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주장을 믿으려는 경향이 농후하다.
군함이 침몰했고 명백한 증거를 찾아 제시했는데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에게 많은 동조를 보이는 집단이 있다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약 1년 前, 서애 유성룡은 말과 웃음이 적고 신뢰와 믿음을 보였던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추천한다. 1592년 왜가 침략했을 때 충무공 이순신은 유성룡이 바라던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끊임없는 반대 세력의 모함과 모략에도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다. 이순신은 언제나 필승의 전투력을 발휘했고, 백성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끝까지 믿음과 신뢰를 지켜낸다. 나는 21세기 우리 해군의 해상 지휘관들도 16세기 이순신의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신념으로 동·서·남해를 지킨다고 생각한다.
미국 제35대 대통령을 지냈던 존 F.케네디는 제2차 세계대전에 해군장교로 참전했다. 그는 PT-109 어뢰정의 정장(艇長)으로 일본 구축함을 공격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출격했다. 어느 날 PT-109호는 야간 작전 중 일본 구축함을 발견하고 어뢰를 발사하려 했지만 구축함에 부딪혀 두 동강이가 나버린다. 살아남은 케네디와 11명의 승조원들은 전시 작전 중 공격을 받았음에도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케네디와 부하들이 전쟁영웅이 된 것은 바다의 용사답게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구출될 때까지 정장 즉 지휘관으로 끝까지 역경을 헤쳐 나갔다. 미국인 어느 누구도 전투에서 패한 케네디를 욕하거나 폄훼하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으로 출마했을 때, 국민들은 그의 행위를 영웅적인 지휘관의 모습으로 생각했다. 국민들은 케네디에게 존경과 신뢰와 믿음으로 응원했다.
천안함의 최원일 함장은 케네디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지휘관의 모습을 보였다. 그가 함장으로서 보여주었던 행동은 위기극복과 지휘관의 처신이 어떠해야 함을 보여준 전형으로 전군의 귀감이 됐다. 그는 46명의 사랑하는 부하들을 순식간에 잃었으면서도 끝까지 이성을 유지하며 정확하고 바른 판단으로 함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이행했다.
나아가 지휘관으로서 기품과 위엄도 보였다. 그를 따른 58명의 생존 장병들이 함장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주어진 소임을 다해 구출됐음이 이를 증명한다. 그가 다시 구축함의 함장으로 우뚝 서서 멋진 바다사나이로 재기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신뢰하고 도와줘야 한다.
함장은 어떤 의미에선 신성한 역할을 수행하는 아주 특별한 위치에 있는 지휘관이다. 이번 기회에 선진 해군의 함장들이 이순신처럼 나라와 겨레와 부하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우리 모두가 성원했으면 한다. (Konas)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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