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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건강한 동물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5-09-03 오전 10: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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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년 하버드 대학의 당시 총장이던 엘리엇(Charles W. Eliot)이 학생들에게 ‘두고두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이라는 주제로 짧은 연설을 하였습니다. 그 연설에서 만족스런 삶의 전제로, ‘건강한 동물’이 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물론 ‘건강한 동물’(healthy animal)로 만족하라는 권면은 아니고 그 바탕에서 ‘강력한 정신력’[(a strong mental grip)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많이 살기 좋아졌지만 ‘건강을 잃은 동물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도 하루 종일 내게 전화하는 젊은 여자가 있습니다. 새벽 2시에도 벨이 울립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일러도 말을 안 듣습니다. 전화는 5분에 열 번은 겁니다. 안 받아도 끊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동생이 전화의 벨 소리는 매우 약하게 조절했지만 귀에 거슬릴 뿐 아니라 내가 누구와 전화를 지나치게 장시간한다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휴대용 전화도 걸고 또 걸기 때문에 나는 전화벨 소리에 시달리며 살고 있습니다.

 한번은 불쑥 밖에 찾아와서, 내가 좋은 말로 이런 예의에 벗어난 일이 어디 있느냐고 타이르며 돌아가라고 권했지만 듣지 않아서 경찰을 불렀습니다. 경찰이 와서 데리고 가는데 계속 “김 교수와는 내가 가까운 사이입니다.”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였다니 경찰도 어리둥절했을 겁니다. 젊은 여자가 어쩌자고 90이 다 된 노인 때문에 상사병에 걸렸다고 떠드니 기가 차고 말이 안 나옵니다. 건강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병든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자의 어버지는 세상 떠나고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는데 이렇게 병든 딸을 거느리고 살기가 얼마나 비관스럽겠습니까? 이 타락한 문명의 공기속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병균이 케미칼이 되어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에 엘리엇 총장이 찾던 ‘건강한 동물’ 즉 ‘건강한 젊은이’가 많아야 나라가 잘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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