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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역사에 더 이상 '아관파천'은 없어야"

동북아역사재단, 아관파천 120주년 특별학술회의 개최
Written by. 강치구   입력 : 2016-02-03 오후 3: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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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 황제가 정치적인 이유로 경복궁에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쳐를 옮긴, 아관파천(俄館播遷) 발생 120주년을 맞아 현대적 의미에서 이를 재조명해보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3일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호섭)과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회장 홍완석)는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21세기 아관파천 재조명 : 한러관계와 한국외교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개최했다.

 ▲ 3일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는 ‘21세기 아관파천 재조명 : 한러관계와 한국외교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개최했다.ⓒkonas.net

 이날 회의에서 구대열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아관파천, 그때와 지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구대열 교수는 “남북으로 분단된 오늘날의 현실은 아관파천 시대보다 더 복합적”이라며 한반도 주변국의 정세를 분석했다.

 구 교수는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잠재적 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는 북한 핵 문제를 6자회담이란 틀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2차 대전 당시 불안정한 국내정세에서 힘을 쓰지 못하던 중국에게 아시아의 ‘경찰’이라는 역할을 맡겼듯이 6자회담의 의장국 지위를 주었다. 이것은 중국과의 협조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상동결로 나아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일본의 아베정권은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된 A급 ‘전범’들이 전범이 아니라 애국자라고 주장하면서 2차 대전 이후 일본을 옥죄어 온 평화헌법을 파기하려 한다. 이것은 미국이 구상한 전후 태평양 평화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며, 태평양 전쟁에 대한 연합국들이 내린 평결을 번복하는 행위”라며 “이는 전형적인 현상파괴 정책이다. 물론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며 미국과 함께 그리고 미국의 지원 아래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2차 대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현상파괴 세력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은 굴기(崛起)를 위해 평화적 주변 환경의 유지를 원한다. 여기에는 한반도의 평화가 최우선 과제이다. 그러나 G2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편전쟁 이후 ‘잃어버린 영광’을 회복하려는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해 구 교수는 “러시아도 2차 대전 후 ‘극동에서 소련의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중소분쟁과 소련의 해체로 침묵의 시간도 보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정당한 권익’이나 ‘극동 안보체제’ 개념을 포기한 흔적은 없다”며 “러일전쟁에서 패배했음에도 함경도 지방의 중립/비무장화와 대한해협 자유통행권을 요구했다. 한국이 통일될 경우 동일한 요구를 내놓을 것이다. 러시아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회복하려는 태세이며 또 이를 위한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주제회의에서 제동훈 한국외대 교수는 ‘러시아 대외정책에서 한반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19세기 말 러시아의 만주-조선 정책은 러시아 대외정책의 전통적인 지정학적 목표였던 부동항 확보, 철도망 확대, 완충지대 조성을 지향했다”며 “이러한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오늘날에도 유사하게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국력,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가 19세기와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양국의 지정학적 목표는 충분히 수렴될 수 있다”면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수행,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의 연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바라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된 한반도의 중립화는 단순히 핵무기가 부재한 소극적 평화 상태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기반으로 하여 동북아 전체에 화해와 공존의 적극적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지정학적 목표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서동주(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중 삼각구도에서 러시아의 역할과 의미’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아관파천의 현대적 의미와 현재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재편 움직임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교훈점을 도출했다.

 서동주 연구위원은 △국제질서에 대한 이해와 조응 △강력한 국력 △외교력, 위기 대응력 등을 갖춰야 한다면서 “주요국들의 전략적 이해와 입장을 잘 파악하고, 用미․러․중․일의 인식과 자세가 중요하다. 미래의 역사에 더 이상 아관파천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날 회의에는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러시아 대사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konas.net

 한편, 이날 회의에는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러시아 대사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의 많은 전문가들을 당혹케 하는 것은, 한국 문헌에 아관파천이 종종 조선 주권상실의 시작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고, 러시아가 조선의 정치 및 경제에 대한 통제권 확립을 위해 고종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려 했다고 비난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역사 자료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볼 때, 조선의 통치자는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으면서 일련의 애국지사들의 도움으로 일시나마 일본의 세력팽창을 막을 수 있었고 조선의 식민지 예속화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티모닌 대사는 “한국의 권위 있는 학자들이 참여한 오늘의 토론이, 조선이 힘들었던 시기의 러-한관계 역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데 일조할 것이고, 학문 및 문화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심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며, 러-한 양국의 상호이해와 우호의 기초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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