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각] 엘베그도르지, 국가지도자는 모름지기...
TV화면에 나온 대통령의 인상은 마치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자연스러움과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넙대대한 얼굴에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런 미소가 감도는 표정은 천편일률적으로 대해온 우리나라 정치인, 정치꾼들과는 달라도 너무나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그런 모습이었다.
거기에다 자기네 나라 격언과 속담을 적절이 섞여 가며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은 어린 학생(?)을 앞에 앉혀 놓고 조근 조근한 목소리로 어려운 문제를 아주 쉽게 쉽게 풀어서 설명해 나가는 나이 지긋한 훈장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는 섬세함과 부드러움마저 갖추고 있었다.
22일 아침 TV 프로그램 ‘일요진단’ 초대석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2박3일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을 두고 하는 얘기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6배 광대한 크기에 인구는 고작 3백6만 명. 그 중에서도 인구의 1%에 해당하는 3만 여명이 한국에 들어와 여러 영역에서 부단하게 일을 하며 몽골의 경제발전을 위해 꿈을 일궈가고 있다는 칭기즈칸의 후예 몽골.
세계에서 두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중국이나 북한보다 20년 이상 먼저 사회주의를 채택했으나 소련의 몰락 이후 전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선거를 통해 유리창 하나,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나라의 대통령답게 그의 말 한마디, 표정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짙게 묻어났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몽골 국민이 제1로 존경하고 자랑한다는 칭기즈칸의 통치 정치와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정치인이라면 일반 사람들의 고민을 이해해야 하고 정치인의 정의를 따라야 하며, 왕과 서민이라도 차별대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후손에게 남겼다”며 “(칭기즈칸이) 최고의 제국을 이룩했지만 결코 자신을 위한 동상을 세우지 않았으며, 재물을 추구하지 않았다. 또 여러 나라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그 나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는데 마음을 사로잡으면 몸이 멀리 가지 않는다는 걸 알았던 것”이라며 700여년 전 선조가 남긴 교훈이 오늘날 자신에게도, 몽골 국민에게도 자랑스럽게 이어지고 있음을 우리가 흔히 하는 밥상머리 교육과 결부시켜 얘기해 나갔다.
얼굴 자체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순수함이 내면을 그대로 비추어 주는 것만 같은 몽골 대통령은 그 스스로가 민주화를 추구해온 것처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소신이 대단했다. “자유를 누리는 국민들에 의해서 선출되고 또 온 국민을 섬기고 일을 한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느 누구든 정치생활을 하게 되면 교양과 가정교육이 그 사람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것은 돈과 재물이 아닙니다. 부모님의 참된 가르침과 가정교육이 사람을 남들로부터 빛나게 해 준다고 생각 합니다. 가정교육대로 사람이 살고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저는 몽골의 한 국민으로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책만 가지고 있을 뿐이고, 몽골의 국민이 가장 큰 직책을 가지고 있는 신분이라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TV 앞에 바짝 다가앉아 마치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귀를 쫑긋하고 시선을 모은 것은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 나라에도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오직 민생을 위해’ ‘이 난세(亂世)를 극복하기 위해’ 저 한 몸 희생하겠다는 우국충정의 지도자들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우리들 스스로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지도자로 선뜻 떠올릴 수 있는 지도자를 치켜세우지 못함은 무슨 연유일까?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신을 바치겠다는 지도자들은 여의도에 넘쳐나는데, 어찌하여 국민에게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그런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얼마 전 한 포럼에 참석해 ‘국가발전과 지도자’론을 설파한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지도자의 능력과 덕목]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 덕목 : 애민(愛民)과 공심(公心)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직(正直)해야 한다. 둘째 능력 : 큰 국가비전과 국가전략을 가져야 한다. 셋째 능력 : 현인(賢人)을 찾아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일을 맡겨야 한다. 넷째 덕목 : 자신이 떠난 다음도 준비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당면한 국가과제가 너무나 크고 엄중하다. 그래도 이들 과제를 제대로 풀면 우리는 선진통일일류국가가 될 것이며, 선진통일을 이룬다음 세계국가로 세계중심국가로 도약할 것이다. 그러나 풀지 못하면 선진은커녕 2류 국가도 아닌, 3류 분단국가가 될 것이다”고 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인터뷰 말미 “대통령을 그만두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사람들이 많이 한다”면서 몽골 전체 면적의 70%가 사막화되고 있는 상황을 들며 “2006년 총리시절부터 하고 있는 황사방지 사막화 문제이며, 이를 위해 ‘나무를 심는 일’과 국민과 대중을 위한 활동이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일”이라고 미래세대를 위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어쩌면 박세일 교수의 강연 내용이 그대로 그의 인품 속에 녹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국토는 방대하나 인구 306만 명 국가의 대통령이라지만 국가와 국민, 그리고 미래를 예견하고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진솔함이 그대로 전해짐 속에서 모름지기 한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층, 지도자는 저래야 된다는 신뢰감과 더불어 그런 지도자를 갖고 있다는 ‘몽고반점’ 몽골 국민이 행복할 수밖에 없겠다하는 생각이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2013년 10월 김정은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 김일성종합대학 연설을 통해 “영원한 독재는 없다”는 말로 그의 소신을 그대로 펼치기도 했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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