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목숨이 파리만도 못한 ‘인민의 낙원’
지금 필리핀에서는 초법적 마약퇴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당선된 두테르테 대통령에 의해 마약 소탕작전이 펼쳐지면서 마약상 등 마약 관련자들이 공안당국에 속속 검거 내지 체포 과정에서 총격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에 의해 사살된 인원만도 100여 명이 넘었다. ‘범죄와의 전쟁’ 을 선포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이 임무 수행 중 1000명을 죽여도 내가 보호해 줄 것"이라며 마약 용의자를 죽이든 생포하든 잡기만 하면 최고 500만 페소(약 1억2000만원)의 포상금을 약속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촉구하고 있다. 우려와 공포 속에서도 마약으로 많은 피해를 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지지와 환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북한 조선노동당위원장에 국무위원회 위원장까지 꿰찬 최고 수위 김정은은 7월26일 해외에서의 한국인을 테러하기 위해 중국 · 동남아에 10여 개조의 테러조직을 파견했다고 전해졌다. 중국 단둥과 선양을 비롯해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서 교민 납치 등 테러가 모색 중이라고도 한다. 지난 4월 초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한국으로 입국한 데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이다.
종업원 탈출소식을 접한 김정은이 ‘백배 천배의 보복’을 지시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충분히 예견되는 대목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급사(急死)후 권력 전면에 전격 등장한 날로부터 2016년 집권 5년차에 이르기까지 2015년 8월4일 DMZ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목함지뢰 사건으로 한반도를 전쟁 일보직전 상황으로 내몰며, 북한 주민에 대한 무차별 공개살육과 공포 철권통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反인권, 反통치, 反국제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는 김정은의 일탈행위가 경기장 안의 럭비공이나 우리 속 동물과도 같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2016. 1.6)으로 촉발된 전례가 없는 최고 수준의 강력한 유엔결의 2270호 대북 압박 제재 조치가 그 속도를 더하며 이행되고 있다. 이런 실정아래서 70년 3대세습 북한 독재체제, 김정은 하에서의 체제유지는 어찌 될 것인가?
미국은 지난 7월6일 <북한인권 유린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부가 김정은을 포함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인권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권력층에 대한 인권유린이건 주민에 대한 제반 문제이건 모든 인권 관련 사항에 김정은이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물론 최고 권력자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정한 것도 처음이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간 미 정가에서도 어느 정당 가림 없이 북한에 냉정하다. 힐러리전 국무장관으로 대변되는 민주당은 최근 당 정책 정강에서 북한의 김정은을 “가장 가학적(加虐的)인 독재자”로, 김정은 정권을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표현했다. 트럼프의 공화당도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 국가”라고 표하며 “북한 정권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모든 행태가 反사회적, 反국가적, 反인간적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언젠가 반드시 소멸시켜야 할 존재임을 부각한 것이라고 하겠다.
누군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점에서 필리핀에서나 북한에서나 당하는 이의 공포의 한계는 동일할지 모르나 근원적으로 천양지차다. 한 국가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범죄행위, 범죄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의 처방을 취하는 경우라면 또 한편에서 이뤄지는 방식은 독재자 일개인이나 집단의 체제 유지와 권력을 움켜쥐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자들을 무자비하게 없애는 방편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선군(先軍)정치로 북한체제를 장악해 온 김정일 사후 그의 운구차행렬 8인방 중 군부 실세 4인(리영호 군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사라졌다. 제2인자 최고 실세였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됐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무자비하게 공개 처형됐다. 대표적 실세 중 실세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좌천과 숙청, 재 등용을 오가며 권력의 극한 상황을 다 맛본 최룡해(국무위원회 부위원장)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군부 실세 장성들도 불과 몇 달 사이 별(星) 두 개 세 개를 떼었다 붙였다하는 이른바 ‘견장통치’의 대상이자 공포정치의 실험도구로 일엽편주 신세로 전락돼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독재체제 아래서 어느 누구도 내일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신세인 것이다. 공포통치를 통해 여실히 보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근 북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적인 탈북 도미노 현상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18세 수학영재가 홍콩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 참석했다가 우리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는 뉴스가 이 며칠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김정은의 동남아 비자금을 담당한 북한군 최측근 장성(소장 ․ 우리의 준장 해당)과 외교관 4명이 탈북해 제3국 망명을 요청했다는 소식에 중국 등 해외 북한 근로자들의 이탈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는 뉴스다.
집권 이후 무자비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입맛에 맞지 않은 자들을 숙청해온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내일을 예측키 어렵게 한 북한 현실이 당 ․ 정 ․ 군 고위층과 일반 주민까지 크게 흔들리게 하고 있다는 증좌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일 수 있으나 예전에 비해 엘리트 계층의 탈북현실이 더 크게 가속화 되고 도미노로 이어진다면 북한사회 체제 변화에 커다란 균열로 파급될 수도 있다는 점이이다.
4월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 탈출사건 관련 책임자 6명이 그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됐다. 탈북자 가족들 또한 감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많은 탈북자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거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것이 김정은 1인지배 1당 공포정치의 북한사회다.
공포정치와 탈북, 처형과 감금, 다시 목숨을 건 탈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소위 ‘인민의 낙원’이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한반도 남쪽과는 달리 어두운 습한 죽음의 안개가 드리워진 북녘 땅.
그러나 거기도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요, 북한 주민 또한 우리 국민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은 우리(내) 안에 있다.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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