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두고 2월말 경이라며 일정을 확정짓지 않은 것은 “북한이(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시) 가져온 카드가 아직은 마음에 썩 들지 않은 상황을 시사”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 5간담회의실에서 ‘북미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자유한국당 핵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북이 실무협상을 통해 간격을 좁혀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협상이 “동결→감축→폐기라는 단계적 비핵화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북한 핵능력의 구체적 신고, 검증의 현실적 제약을 인식하고 핵 활동의 동결과 장거리 미사일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가 외교라인이 아닌 정보라인에 의해 추진된 것은 미국 방식이 아닌 북한 방식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끌려가는 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신터장은 미북간 핵합의 시나리오를 4가지로 전망했다.

 첫째는 ‘No Deal’로, 대북 타협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의 악화시 정상회담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북한의 추가 카드가 시원치 않을 경우 북중 밀착을 비난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 센터장은 국내정치의 탈출구를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Small Deal’로, 미북 양측이 양보없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형식적 합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제재완화를 원하는 북한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북한이 수용한다면 결국 ‘시간벌기+핵보유 굳하기’가 되고 비핵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가장 희망적인 ‘Big Deal’로, 북한의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는 방식이다. 이것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해 시료 채취를 포함한 신고, 검증, 폐기를 수용하고 미국은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을 허용하는 것이지만, 신 센터장은 현재 북한의 행보를 고려해 볼 때 가능성이 낮다고 관측했다.

 네 번째는 가장 우려되는 상황인 ‘Bad Deal’로, 북한은 한국에 의미없는 비핵화 조치를 하고 미국은 북한에 경제적 보상을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활동 동결과 ICBM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허용하거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참관을 허용하고 미국이 대북 원유공급을 확대하는 것인데, 이것은 북한이 가장 희망하고 미국은 원치 않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를 위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거래를 희망할 수 있다는 것이 신 센터장의 주장이다.  

 신 센터장은 “현재 상황은 ‘Small Deal’ 수준이지만 ‘Bad Deal’의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2차 미북정상회담 성과의 평가기준은 ‘검증(시료 채취+의심시설 방문)”이라고 강조했다.

 북핵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제재를 완화하면 궁극적으로 북한은 핵보유로 가는 ‘Bad Deal’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만이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 총량 추적을 보장할 수 있고, ‘Small Deal’도 동결 검증과 신고, 사찰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주요 당직자와 북핵 특위가 모든 수단을 강구한 플랜 B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 핵 개발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이 핵 개발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옵션을 넓히는 게 외교안보에 전략적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우리 처지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선 핵 개발을 논의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한국 야당 발로 이 뉴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 미국과 중국 생각이 좀 복잡해질 것이고 우리에게 큰 전략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