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넓은 곳에 몸을 두고, 천하의 바른 위치에 서 있으며, 천하의 큰 길을 걷는다.” 고전 「맹자」의 등문공장구(滕文公章句)에 나오는 대장부의 정의다. 올해로 창설 68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그동안 걸어온 여정을 헤아려 이와 같은 대장부의 길로 해석하고자 한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1일,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동아극장에서 허정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창설식을 가졌다. 이후 1954년 대한민국제대장병보도회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애국참전동지연맹 등 유사단체 등장으로 인한 정치권의 개입으로 해체 위기에 몰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대한상무회’로 통합되기도 했으며 4.19직후인 1960년 5월 4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로 개칭되었다. 향군의 날은 1961년 5월 8일 세계재향군인연맹(WVF)에 가입한 날을 기념해 1965년 법정기념일로 공포된 후 30여년간 이어져 왔다. 그 후 가정의 달, 어버이날, 농번기와 중복된다는 의견이 나와 2002년 6월 19일 대통령령 17628호에 의거 10월 8일로 변경되어 매년 이 날을 전후해 각급회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본래 향군의 설립목적은 국방부 병무행정의 집행을 보조하는 예하단체로서 예비역들이 지역 내 징병대상자와 기타 예비역 해당자를 관리해 동원체제에 만전을 기하는데 있었다. 30만 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향군은 이제 1천만 명의 회원과 13개 시·도회를 비롯해 223개 시·군·구회, 3,121개의 읍·면·동회, 22개의 해외지회를 갖춘 국내 최대의 안보단체로 발전했다. 활동영역 역시 초기의 국방부 보조역할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안보단체로서 국가안보의 제2보루라는 자부심으로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양시키고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군은 지난 68년간 안보활동에 커다란 자취를 남겨왔다. 특히 김진호 회장 체제 출범 후 '향군 정체성 제정 선포'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 재향군인회'라는 슬로건을 선정하고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향군의 정체성을 '안보단체'로 규정해 순수 안보단체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향군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고 국민안보의식 계도와 국가 안보정책 지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안보단체로서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11개 과제로 이루어진 안보활동 기조를 선정해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의 대표적인 행사만 보더라도 2017년 미 트럼프 대통령 국빈방한 환영행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지원, 4.27 남북정상회담 성공기원 대규모 환송행사, 북한 비핵화를 위한 9.19군사합의 지지 성명, 한미동맹강화를 위한 미 워싱턴 ‘추모의벽’ 건립성금 모금전달, 미 참전용사 보은의 밤 행사 개최, 대승적 차원의 지소미아GSOMIA) 연장 권고, 한일갈등 조기 해소를 위한 방일활동 등 안보단체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특히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 미국의 한국전 참전단체에 성금 1만 달러와 마스크 5만장을 지원하자 미국 한국전참전협회 제프리 브로저 회장은 “재향군인회의 성금과 마스크 지원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코로나19 극복과 사기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감사서한과 함께 감사패를 향군에 보내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부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을 친일로 몰아 ‘국립묘지에서 파묘’ 등을 주장하며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호국영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데 대해 성명을 냈을 뿐만 아니라 백선엽 장군의 공훈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자료를 재향군인신문에 실어 향군회원은 물론 국민들이 올바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전파했다. 9월 말에는 우리나라의 비무장 어업지도원이 서해에서 희생된 사건에 대해 국민과 함께 분노하며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로서 늘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앞장서 온 향군은 전통적인 안보환경에서 뿐 아니라 국가 재해재난 등 포괄적 안보활동을 위해 봉사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사상 최악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스크 10만장을 전달해 그 지역의 참전용사, 상이용사, 보훈대상자 등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마스크가 전달되도록 했다. 또 지난 5월, 김진호 향군회장은 계룡대를 방문해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 코로나19 극복에 힘쓴 장병들을 위해 격려금을 전달했다. 여름에는 긴 장마에다 태풍이 겹치면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성금전달과 구호활동을 벌였고, 9월에는 인천 용현동 소재 빌라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초등생 형제에게 온정의 성금을 모아 지정 기탁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창설 68주년을 맞은 향군은 앞서 언급한 대장부의 정의처럼 바른 위치에 서서 큰 길을 걸으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로서 역할과 소명을 다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향군이 장기적인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영 위기극복, 정회원 확대, 자립기반 구축과 함께 우리나라의 안보현실과 향군의 현주소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시대의 흐름과 안보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1천만 향군회원들은 지난 68년간 국가안보와 산업화의 중추적 역군이었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유구한 역사를 이어가도록 창설 68주년을 계기로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하여 향후 전개될 앞날에도 적시적이고 의미있는 국가안보활동으로 국민의 신뢰와 존경받는 향군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비바람을 이겨내고 황금 들녘의 넉넉함을 나눌 수 있는 이 계절처럼 향군이 현재의 재정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여 한 때 힘겨웠던 고난을 이렇게 이겨냈노라 서술할 수 있는 향군 100년사를 엮어나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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