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소시지(with sausage)? 위드아웃 소시지(without sausage)?
 몇 년 전 추석 즈음 영국항공을 탔을 때 일이다. 잠결에 반복적으로 들리는 이 소리에 눈을 떠보니 간식시간이 되어 승무원이 샌드위치를 나누어주며 승객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중이었다. 그때는 적어도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당당하게 ‘With Sausage!’라고.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위드아웃 코로나(Without Corona)?
 2021년 추석을 앞둔 오늘의 현실에서는 개인이 주체가 되어 당당하게 무엇을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 돌파감염 등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위드아웃 코로나가 아닌,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가 현실적 대안으로 방향을 잡게 된 것이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라는 덕담이 한창 오고가야 하는 추석명절을 즈음해서도 여전히 코로나19 감염확산을 경계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서 풀이한 추석의 어원을 보면 ‘가을 추(秋) 저녁 석(夕)’으로 글자대로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한가위 보름달은 풍요와 성취를 의미하는 상징성을 갖게 되었고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으로 구전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추석에는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명까지 가족모임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작년과 다르게 부모형제 등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저녁 사적 모임도 접종 완료자를 포함할 경우 6명까지 가능하게 조정되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지들과의 만남도 조심스럽게 계획할 수 있겠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무려 1년 7개월이 넘도록 숨죽여 살다시피한 일상이었다. 오랜 기간 통제된 방역에 지치다보니 많은 국민들이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을 바라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부터 3일간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6번째 코로나19 대국민 인식 조사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하며 그 시기는 2차 접종이 완료되는 11월 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방역당국은 추석연휴가 있는 9월이 4차 대유행 지속 여부의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가운데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9일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유행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칫 방심하면 다시 한 번 큰 유행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며 “접종자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방역 조치를 완화하되, 현 방역 기조를 유지한다면 추석 이후에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위드코로나의 적용시기로 고령자 90% 이상, 전 국민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한 이후라며 10월 말을 예상하기도 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지자체별로 코로나를 차단하기 위해 방역중심의 추석명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비대면 명절 보내기’ 운동을 추진하기도 한다. 백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 하더라도 신중하고 섬세하게 방역지침을 따르며 오랜만에 안전한 한가위를 기대해 보자. 오랜 기간 고통받고 힘든 시기였던 만큼 추석에 뜨는 둥근달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만사형통을 소망해 보자. 생각만 해도 싱그러움이 몰려오는 햇곡과 햇과일의 풍성함 속에 “한가위는 이런 날이었구나”라며 새삼 찌들었던 마음이 풀리고 영혼이 위로받는 한가위다운 한가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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