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화해의 봄, 치유의 봄
아침이슬처럼 맑고 순수한 동화책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
이 책의 주인공은 아기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이다. 윌버는 사람들이 자신을 ‘Spring Pig’라고 부르자 용수철처럼 점프를 잘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지만 곧 ‘봄에 태어난 돼지’로 크리스마스 전에 햄과 베이컨이 된다는 뜻임을 알게 된다. 겨울에 내리는 눈을 볼 수도 없고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없다는 슬픔에 빠진 윌버에게 헛간에 사는 거미 샬롯이 친구가 되고 위로하며 도와주겠다고 약속한다. 윌버를 구하기 위해 샬롯이 생각해 낸 방법은 거미줄로 윌버를 가리키는 인상적인 단어를 엮어내는 것이었다. 샬롯은 헛간의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SOME PIG)’, ‘멋진(TERRIFIC)’, ‘눈부신(RADIANT)’이라는 글자를 순차적으로 만들었고, 품평회에서는 ‘겸손한(HUMBLE)’이라는 단어를 표현했다. 사람들은 매우 놀라며 윌버를 감히 햄으로 만들어 먹을 수 없는 돼지로 여기게 되었다. 윌버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보았고 샬롯이 남긴 알주머니에서 부화한 아기 거미들과 행복한 봄날을 함께하게 된다.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은 밝고 긍정적인 느낌의 계절을 누리게 한다. 자연은 순리대로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에게 가야할 길을 무언으로 알려주곤 한다. 위의 동화에서처럼 겨울이 가고 봄날이 왔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을 시작한다는 비유로 많이 쓰인다. 이제 온 국민의 관심사였던 대선도 끝났고 본격적인 개화시기를 맞아 다채로운 봄꽃나무들의 재생이 시작되었다. 한껏 물기를 빨아올리며 여린 초록잎을 내보이는 풀과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의 일상을 응원하듯 풍성해지고 있다. 생명의 기운 가득한 봄이 희망으로 다시 피어나는 요즘이다.
하지만 항상 아름답고 좋은 시절은 짧게 느껴지듯 소중한 봄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뜨거운 한여름으로 내달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봄이 오는가 싶으면 금방 여름에 다다른다. 실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최근 30년간 우리나라의 계절의 길이와 시작일이 변하면서 봄과 여름의 시작일이 평년에 비해 빨라지고 겨울의 길이는 94일에서 87일로 7일 단축된 것으로 관측됐다. 여러 기관에서 봄꽃 개화 예측시기를 내놓으며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코로나가 바꾼 꽃구경의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가운데 알람시계처럼 계절을 깨우는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친근한 봄꽃 속에서 조심스럽게 봄 향기를 가득 담아보자.
언어에는 마술적 힘이 있다. 아기돼지 윌버는 샬롯이 전해주는 사랑과 신뢰 속에 거미줄에 새겼던 말처럼 정말 멋지고 근사하며 겸손하게 되려고 노력하여 눈부신 새 봄날을 만끽할 수 있었다. 봄바람, 봄나들이, 봄비, 봄꽃, 봄나물처럼 ‘봄’이 붙는 말에는 향기와 산뜻함이 묻어난다. 얽히고 뒤섞였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헝클어진 것들을 정돈하며 만개한 꽃들처럼 가슴을 활짝 펴보자.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다듬어 갈등과 매듭을 풀고 한결 여유로움을 가져보자. 코로나 사태는 아직 확진자수가 30만명대에 이르는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제 엔데믹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희망섞인 예측도 발표되고 있다. 우리가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리라. 겨울에 갇히면 봄을 만끽하기 어렵다. 진한 꽃향기로 코로나19의 시름도 날려버리고 화해와 통합 속에 내일을 살고 기대하게 되는 새로운 봄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멋진 형용사를 붙여보자. 생명과 희망의 봄, 화해와 치유의 봄이 지금 우리에게 와 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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