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역사는 그 나라의 역사와 함께한다. 올해로 창설 74돌을 맞이한 국군의 역사를 짚어보며 그 역할의 중요성 인식하고, 나아갈 길을 내다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국군은 19세기말, 일본의 침략에 맞선 항일의병과 독립군의 국권수호정신을 계승하였다. 국권을 상실한 후에는 온 겨레가 일제에 항거한 3·1운동의 영향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대인 광복군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았다. 광복군은 일본군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펼치며, 미국·영국을 비롯한 연합국들과 작전을 수행하여 위상을 드높였다.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 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의병-독립군-광복군으로 이어진 항일 독립전쟁,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 승리로 1945년 광복을 맞았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자주적이고 독립된 국가수립과 군대건설을 위한 건군(建軍)활동을 전개하였다. 국제질서가 냉전체제로 급격하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반도는 38도선으로 남북이 분단되었다. 광복은 되었으나 국토가 분단된 상황에서 건군 주역들은 미군정하에서 군대창설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후 한반도문제는 유엔에 상정되어 선거가 가능한 남한에서만 유엔 감시 하에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드디어 대한민국 국군이 탄생하였다. 대한민국 국군은 의병-독립군-광복군의 전통을 이어받아 정통성과 합법성을 갖춘 국민의 군대로 창설된 것이다.

 국군의 정통성은 국가의 기초인 헌법과 역사적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 제헌헌법 제6조는 “대한민국은 모든 침략적인 전쟁을 부인한다.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방위하는 국군으로서의 법적지위를 명시하고 있다(현행헌법 제5조 ①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②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헌법에 근거한 국군의 이념과 사명은 국군의 역사적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우리 역사에 면면히 계승되어 온 국난극복의 전통과 의병-독립군-광복군으로 이어져 온 독립전쟁의 정신이며, 국권을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한 불굴의 정신이다.

 한편, 국군의 이념과 사명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5조 국군의 강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그 이념으로 한다. 둘째,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셋째,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과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48년 창설 이후 국군은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에서 풍전등화의 조국강토를 지켜냈다. 낙동강 전선에서, 인천 상륙작전에서, 38선 돌파에서 북진의 선봉이 되었다. 중공군 참전으로 민족 염원인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철수하여 정전체제에 이르렀지만,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여 전쟁의 재발을 억지해 왔다. 북한은 청와대 기습미수(1968년), 판문점 도끼만행(1976년), 아웅산 묘소 폭파사건(1983년), 강릉 잠수함무장공비침투(1996년), 연평해전(1999년, 2002년),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2010년) 등 수많은 도발을 했지만 국군은 강력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국군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국제 협력과 국방외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1960년대 후반 자유 수호를 위해 베트남전에 국군을 파병하였으며, 1993년부터 소말리아 상록수부대를 시작으로 다양한 국제평화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국군의 기본적인 역할은 국내외 안보정세와 국방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여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정세는 급격히 재편되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들은 자국 이익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국군은 한미동맹 및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동북아 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미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창군 74돌을 맞는 대한민국 국군은 헌법에 근거한 국민의 군대로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국가의 이익을 보장하며, 나아가 통일 한반도의 비전을 달성하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국군의 날을 계기로 자랑스러운 국군에게 조국 수호의 파수꾼으로서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국민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konas)

박동순 한성대학교 교수(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