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본토에 진입한 중국의 무인 비행선을 ‘정찰풍선’으로 규정하고 격추한 것과 관련, 단기적으로 미중관계의 ‘경직’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나, 하반기에 들어서면 미중관계 정상화 시도를 위한 의미 있는 대화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 박병광 박사는 23일 발표한 이슈브리프 421호 “미·중 ‘정찰풍선’ 사건과 ‘투이불파(鬪而不破)’의 미중관계”보고서에서, “미국은 대중국 압박노선을 지속하겠지만 불필요한 충돌을 원치 않고, 중국 역시 대내외정세의 부담 증가에 따라 미중관계 관리의 필요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박사는 미국이 격추한 정찰풍선이 △크기가 일반적인 기상관측용(중국측 주장)과 달리 폭 30m가 넘는 대규모이고, △불과 며칠 사이에 1만 3000km 를 순항하는 동력을 갖추었으며, △고해상도 카메라와 통신장비 및 태양열 전지판 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스파이 목적의 풍선으로 충분히 의심할 만한 요소를 지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풍선 정밀 조사 결과 정찰용으로 판단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을 민간용이었다고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중국 역시 정찰용 확증을 들이댄다고 해도 역시 그것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박사는 또한 중국이 미국측의 ‘정찰풍선’ 격추에 대해 미국의 호전성을 부각함으로써 수세 탈출을 모색함과 동시에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의도하였지만, 속내는 정찰풍선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미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쉬쉐위안(徐學淵) 주미중국대사 대리가 지난 17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정찰풍선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문제를 봉합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고, 왕이도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된 궤도로 돌아가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며 양국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박사는 중국의 경우 정찰풍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거나 미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진핑의 정치적 권위에 치명적 상처가 될 것이란 점에서 뒤로 물러서거나 유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박 박사는 미국 역시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며 미중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나, 미국이 정찰풍선 사건을 지속적으로 국내 정치에 이용하거나 중국을 압박하며 향후 다양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인지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며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더욱이 금년 상반기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미중관계와 동아시아 정세는 재차 긴장과 갈등 고조로 치달을 것이나, 큰 틀에서 패권을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의 구조와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양국 간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