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오늘의 시선으로 돌아보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한반도에서는 그동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여진 것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당시 북한의 지도자였던 김정일과 악수를 하며 함께 웃고 있는 모습과 연이어 도열해 있던 북한군을 사열하는 광경이었다. 이와 같은 사건은 그때까지 남북관계를 대치적 국면으로만 보아온 국민들로 하여금 상상할 수도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로 이날이 2000년 6월 13일로,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4년 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 이전까지의 남북관계는 대체적으로 그리 순탄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해방이 되고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가지고 출발하였으며 한국전쟁을 기화로 서로 경쟁하면서 철저히 반목하게 되었다. 북한은 김일성 정권이 완전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일제가 남겨놓은 공업시설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남한을 압도하였다. 그동안 남한에서는 이승만 정권이 쓰러지면서 3공화국이 탄생하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가난을 해결함과 동시에 북한을 추월하기 시작하였다.
위와 같은 시간 동안, 북한에 의해 비롯된 1.21사건 등 각종 도발로 말미암아 남북관계는 민신창이가 되었으며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72년에는 역사적인 남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7.4남북공동성명이라는 작품을 남김과 동시에 8월에는 남북적십자 회담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이 진정 화합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당시 소련과의 분쟁을 안고 있던 중국이 미국과 핑퐁외교를 추진하면서 죽의 장막을 활짝 열고 세계화를 지향한 상황이 북한에게 자극을 주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이후, 경쟁과 대치의 기나긴 남북관계는 북한의 아웅산 테러사건과 KAL기 폭파사건 등으로 더욱 경색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간간히 진행되었으나 전반적으로는 긴장관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에 들어와 남북관계는 빠른 속도로 화해의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이는 정권이 추진하고 있던 햇볕정책과 당시 북한을 둘러싼 전략적 상황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햇볕정책은 바람이 벗기지 못한 사람의 외투를 햇볕이라는 온기를 통해 그 사람 스스로 벗게 하는 우화에서 비롯된 수사적 비유라 할 수 있는데, 대북 포용을 통하여 화해와 협력을 실천함과 동시에 단절을 극복하고 개방하며 대결하지 않는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는 장관을 연출하는 것으로부터 금강산 관광선이 출항하고 개성공단이 설립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그리고 연이어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6.15 남북공동성언이 발표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가면서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북한의 도발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다. 북한은 1999년 6월에 제1연평해전을 통해 도발하였으며, 2002년 6월에는 제2연평해전을 일으키면서 그 행보를 지속하였다. 그리고 당시 북한의 핵문제로 인하여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와 관련한 북한의 위협이 항상 잠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03년에는 북한이 IAEA를 탈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핵개발에 매진함으로써 남북화해에 대한 의문을 남기게 하였다.
위와 같은 북한의 행동을 목도하면서 변화무쌍한 남북관계에 임하는 당시 그들의 태도를 다시금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전 세계적인 탈냉전이 발생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고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흡수되면서 고립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가중되고 있는 국제사회에 의한 제재는 북한의 내부 경제 상황을 점점 더 어둡게 만들었고 고난의 행군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 북한의 행태를 종합하여 볼 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은 그들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의지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한에서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북한은 우리 정부를 우호적인 파트너로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행동 그리고 한국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핵개발을 진행함과 동시에 각종 도발에 진력하고 있음에 간파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은 미중 전략적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하여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북-중-러의 밀착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주적으로 판단함과 동시에 무력으로 병합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핵능력 향상과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북한의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한국에 대한 행태는 우리에게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학습을 경험하게 하였으며 오늘날에는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을 대하는 우리들의 지향점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준비하여야 할 현실적 대응 전략의 수립과 시행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은 한국에서 어느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동일한 맥락의 대남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 대남정책의 근본을 인식하고 국가를 번영시킴과 동시에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을 세계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국제사회와의 인식 공유이다. 우선 우리의 절대적 파트너라 할 수 있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긴밀히 함과 동시에 다른 서방국가와도 대북 태도를 공유하여야 한다. 그리고 UN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외교활동을 통하여 제3의 국가들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인식을 넓혀나가는 노력을 지속하여야 한다.
세 번째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올바른 내부적 공감대 형성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북한의 실체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호도된 대북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각종 매체를 이용한 꾸준한 홍보와 계몽 활동을 통해 이와 같은 인식에 변화를 줌과 동시에 북한의 위협적 행동에 대한 올바른 대처를 위해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konas)
장광열 :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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