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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자유민주주의 테두리–‘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는 어불성설

Written by. 권영태   입력 : 2024-07-04 오전 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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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학, 통일정책, 안보교육 같은 한반도문제 전문가로서 살아가다 보니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많은 질문을 받는다. 최근에는 단연 북한이 보낸 오물풍선이 화두다. 이미 오물풍선에 대한 여러 분석이 실시됐고 정부 차원의 강경한 대응도 진행되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찬반 논의가 분분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반증이기에 국론 분열 같은 극단적 매도는 타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남과 북에 대한 등가적 접근 시각에 대해서는 한 마디 보태고자 한다. 등가적 접근은 북한은 당연히 나쁘고 잘못되었지만 남쪽도 마찬가지로 문제라는 관점을 의미한다.

과연, 북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오물풍선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남쪽에서 대북 전단을 북으로 보냈기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냈다는 식의 양비론적 비판은 곤란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오물풍선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과연 인류 전쟁사에서 쓰레기를 보낸 사례가 있었는지 돌아보았다. 과거 삼국지연의 같은 소설에서는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해 시체를 강물에 흘려보낸다든가, 종이에 무시무시한 괴물의 그림을 그려 둔갑시킨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소설에서야 극적인 재미를 위해 남풍을 불게 하는 초능력 같은 것도 가능하니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 한반도의 현실에서 오물풍선은 직접적으로 남쪽 주민의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웃고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다. 

우선, 우리는 파주를 비롯해서 오물풍선 날벼락을 맞은 우리 주민들의 피해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비록 북한이 직접적인 군사 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군대 간의 충돌에 머무르지 않고 평범한 민간인들에게까지 직접적인 위해를 가져온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오물풍선 날벼락을 맞은 대한민국 주민들은 북한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전문적으로 법률가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이긴 하나, 대북 전단을 보낸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을 낸다고 해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쪽에서 먼저 대북 전단을 보냈기 때문에 북한이 오물풍선 보낸 것 아니냐는 등가적 비판은 일견, 논리적으로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북한 김여정은 일관되게 남쪽의 대북 전단에 대해서 상응하는 조치로 쓰레기 풍선을 보냈다고 주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여정은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는 말도 한 바 있다.

그렇지만 북한에 과연 표현의 자유가 있는가?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도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남쪽은 명실공히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민간의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는 것이 말이 된다. 그렇지만 김여정의 주장은 당연히 인정할 수가 없다는 점을 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당 독재도 모자라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민간 운운하며 오물을 남쪽으로 보내는 행태를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김여정은 남쪽에서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을 표현의 자유 때문에 우리 당국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북에서도 민간에서 보내는 성의의 선물을 어떻게 하겠냐는 취지로 기고만장하게 나왔다. 

이에 대해서 당연히 등가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김여정이 주장하는 바는 비논리적임을 우리는 지적해야 하고, 대북 전단과 오물풍선을 동일한 선상에서 비난하는 양비론에 대해서도 우리는 동의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해야 한다. 

남과 북을 모두 비판하는 등가적 접근 곧, 양비론은 고상해 보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테두리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다. 북한은 분명 교류협력의 대상이자 통일을 위해 함께 가는 상대방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과거에 우리의 안보를 심각히 위협했고 또 언제라도 잠재적으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체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적 테두리에 설 수밖에 없음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부족한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념으로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힘과 지혜에 근거해 유지되고 더욱 발전한다.

‘자유민주주의 테두리’라는 표현은 故 민병천 전 북한연구소 이사장님을 인터뷰할 기회에 배운 것이다. 민 이사장님은 세계 최초로 동국대학교에 학부 차원의 북한학과를 창설하신 분으로 필자는 대학원 시절 원우들을 대표해 북한학과 창립과 관련된 일화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후학들에게 ‘자유민주주의 테두리’를 강조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김여정은 잠깐 오물풍선 보내기를 중단했다가 우리 민간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보내자마자 다시 오물풍선을 보내면서 대북 전단에 대한 대응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마치 북한에 자율적인 ‘민간’ 영역이 있는 듯 궤변을 늘어놓는 김여정의 어불성설에 대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테두리라는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테두리라는 명백한 기준에 의거할 때 대북 전단 때문에 오물 풍선이 왔다는 식의 등가적 접근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konas)

권영태 : 국민통합위원회 특위위원, 향군 안보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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