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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기념] (37) 충주벌에 울려 퍼지는 호국영령의 숨결, '충주 충혼탑'을 가다

Written by. 인턴기자 장경록   입력 : 2026-02-02 오후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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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충주시 칠금동에 위치한 탄금대는 남한강의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위기의 순간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영령들의 넋이 서린 성역이다. 지난 가을, 본 기자는 홀로 탄금대를 찾아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세 시대의 호국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충시설들을 직접 취재했다. 

 ▲ 충주 탄금대 공원 입구에 세워진 충혼탑 안내 표지판. 소나무 숲길 사이로 호국영령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konas.net

 

■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역, ‘충주 충혼탑’

1955년 11월에 건립된 이 탑은 현재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전국 충혼탑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탑의 전면에 새겨진 글씨는 우남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통령 친필이 남아 있는 충혼탑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6·25 전쟁 당시 충주와 중원 지역을 지키기 위해 전사한 장병, 경찰관, 군무원 등 2,838위의 넋이 모셔져 있다.

 

 ▲ 충혼탑 안내 표지판 ⓒkonas.net

 

 ▲ 1955년에 건립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충혼탑 중 하나인 충주 충혼탑의 위용 ⓒkonas.net

 

탑 아래쪽에는 2004년 5월에 마련된 위패 봉안실이 있어, 방문객들이 직접 영령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추모할 수 있다. 현재는 정비를 거쳐 총 1,954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으며, 매년 현충일마다 이곳에서 경건한 추념식이 거행된다.

 ▲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모신 ‘호국영령 위패 봉안실’의 정면 현판 모습 ⓒkonas.net

 

 ▲ 푸른 하늘 아래 태극기와 함께 서 있는 충혼탑.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konas.net

 

■ 배수진의 결사 항전, ‘신립 장군과 8천 고혼 위령탑’

탄금대 공원을 걷다 보면 충혼탑 주변에 또다른 웅장한 기개의 ‘충장공 신립 장군과 8천 고혼 위령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 1592년 탄금대 전투에서 전사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위령탑의 전경. ⓒkonas.net

 

이 탑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도순변사 신립이 휘하 장졸 8,000여 명과 함께 배수진을 치고 왜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탄금대 전투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탑 상단의 횃불 형상은 산화한 영령들의 넋을 추모하고 조국을 지키는 수호신을 의미하며, 아래의 군상은 죽음으로 국토를 지키는 불굴의 충정을 나타낸다. 탑 주변의 바위와 바닥 모양은 탄금대를 감싸고 도는 남한강과 달천의 물결을 형상화하여 당시의 전투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 신립 장군과 8천 고혼 위령탑의 건립 배경과 상징적 의미가 상세히 기록된 안내판 ⓒkonas.net

 

■ 일제의 탄압에 맞선 순수한 저항, ‘권태응 선생 감자꽃 노래비’

소나무 숲길을 따라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에게 동요로 친숙한 ‘감자꽃’ 노래비를 만날 수 있다.

 ▲ 항일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권태응 선생의 애국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노래비 ⓒkonas.net

 

권태응 선생은 충주 출신의 항일 시인으로, 일본 유학 중 항일 운동에 가담했다가 투옥되어 고초를 겪었다. 선생은 출옥 후 고향으로 내려와 아동문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민족 정기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대표작인 ‘감자꽃’은 일제의 창씨개명에 맞서 우리 민족의 순수성을 강조한 저항 시로 평가받는다. 노래비 옆의 안내판은 선생의 짧지만 뜨거웠던 생애와 독립운동 공로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 권태응 선생의 항일 운동 이력과 아동문학가로서의 업적이 기록된 안내판 ⓒkonas.net

 

탐방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소나무 숲길에서 본 기자는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추었다. 평일 오후의 탄금대는 고요했고, 남한강의 물줄기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 기자의 뇌리를 스친 것은 수백 년 전 배수진을 쳤던 병사들의 함성과, 70여 년 전 포화 속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산화했던 선배 전우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홀로 이 현장들을 마주하며 느낀 가장 큰 감정은 '형언할 수 없는 죄송함'과 '끝없는 감사함'이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고요한 숲길과 평화로운 강물이 사실은 누군가의 단 하나뿐인 목숨과 바꾼 '기적'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위패 봉안실 입구에서 마주한 수많은 이름 뒤에는 그들을 기다렸을 가족들의 눈물과, 끝내 돌아가지 못한 청춘들의 못다 핀 꿈이 서려 있을 것이다.

군사학부 학생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을 지켜나갈 예비 간부로서 이번 탐방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호국영령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건네는 무거운 약속이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격언이 있다. 탄금대 구석구석에 새겨진 호국의 흔적들은 그 격언을 가장 뼈아프게 증명하고 있었다. 비록 홀로 찾은 길이었지만, 가슴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동료애와 사명감이 가득 찼다. 오늘 이곳에서 마주한 선배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어떤 위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방패가 되겠노라고 다짐해본다.

우리가 잊지 않는 한, 그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며 이 강산을 수호하고 있을 것이다. (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장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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