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생 군용애마로 서울 수복` 74세 소년 운전병
경기도 성남의 한 외딴 숲엔 `55년 동안 위장`된 낡은 군용차가 한대 서 있다. 차 번호판은 대한민국 1950-625-11. 차의 지붕 정면 아래로 ‘소년의 애국심’이란 뜻 모를 글자가 적혀있다. 이 차의 주인은 올해로 74세의 이문규 할아버지.
19일 방송된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은 이문규 할아버지와 `50년생 군용애마`에 얽힌 기구한 사연을 소개했다. 번호판에 적힌 숫자는 할아버지의 입대일.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50년 6월 25일 11시, 17세에 소년병으로 국군에 자원입대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다 보니 소대장은 할아버지에게 총을 들게 할 수 없어 ‘너는 이 차를 몰고 환자들을 이송하라’는 명령을 했다. 때문에 할아버지는 입으로 기름통에 있는 휘발유를 뽑아 차에 넣어가며 불과 이틀 만에 운전을 마스터 했다. 그리고 5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할아버지는 당시 부상병들을 실어 나르던 이 차와 늘 함께했다.
“자꾸 붙이고 개조하고 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청계천 고물상을 오가며 손수 골라온 부품들로 직접 수리한 이 차엔 할아버지의 지극 정성이 엿보인다. 또 얼마 전엔 몇 년간 모아온 돈으로 전문가에게 의뢰해 차의 설계도를 만들기도 했다.
할아버지가 이 낡은 차에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는 민족상잔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도 힘겹고 배고팠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할아버지는 전쟁 중에 쓰던 철모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 지금껏 국기에 대한 경례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방송에선 정말 이 차가 움직일 수 있는지 시험을 해봤다.
55년 운전경력의 베테랑 할아버지가 손수 운전해 거리를 누비기로 한 것. 너무 오래돼 도무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차는 `소년병 주인`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을까. 시동 뒤 한참을 툴툴(?)거리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몹시 무거워 보이는 핸들은 조작하기도 힘들었지만 금새 다시 소년병으로 돌아간 할아버지는 최고속력 40km로 `서울 수복`에 성공했다. 거리의 시민들이 온통 나뭇가지와 잎사귀들로 위장된 이 차를 보곤 신기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이었던 할아버지는 어느덧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가슴 한켠에 묻어둔 한민족의 비극을 생각하면 잠 못드는 밤이 많단다.
- 2026.9.26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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