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국가대표 "월드컵 우승을 천당갈 선물로 달라"

"영국 신혼부부가 비행기 티켓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출전도 못할 뻔 했지"
1954년 스위스월드컵 때 국가대표로 뛰었던 축구원로들은 한국 팀의 선전과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보며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다.
한국이 최초로 본선에 진출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대표선수로 뛰었던 박재승 옹은 이제 84살 백발의 노인이 됐다.
박 옹이 전하는 한국의 월드컵 첫 출전담에는 한국전쟁 직후의 비참했던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박 옹은 "날짜는 자꾸 다가오는데 비행기 표를 예매해두지 않아서 12명 모두 못가는 줄 알았지. 환불되는 표를 겨우 한장씩 구했는데 2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는데, 영국에서 온 신혼부부가 '월드컵 못 가면 안된다. 우리가 양보할 테니 우리 티켓 가지고 가라'고 해서 겨우 출전했다"고 어려운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선수들이 스위스로 갈 때 가져갔던 물품은 축구화 한 벌과 급히 만드느라 등번호가 없는 유니폼이 전부였다.
박 옹은 "스위스 가서 입으려고 보니 번호가 없어. 그래서 스위스 축구협회에서는 한국은 등 번호도 안 붙이고 축구하는 줄 오해하기도 했다"는 해프닝을 전하기도 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다른 출전국들의 전력을 분석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박 옹은 "가장 아쉬운 것은 다른 나라 선수들 경기를 보려는데 버스 빌릴 돈이 없어 포기했다"며 "선수 20명에 총 경비는 200달러가 전부였으니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박옹은 4년 전 수술을 받은 뒤 기력이 많이 쇠약해졌지만 새벽에도 월드컵 경기는 빠짐없이 본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스위스 월드컵때는 응원하는 한국인을 찾아 볼 수 없었다"며 독일 현지까지 날아가 태극전사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붉은악마들의 열정을 가장 부러워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국인 최초로 월드컵의 꿈을 꾸었던 박재승 옹은 "아직도 축구경기를 보면 몸이 저절로 들썩거린다"며 2006 독일 월드컵 한국대표 선수들에게 마지막 부탁을 전했다.
"젊은 후배 선수들이 좀 더 열심히 분투해서 월드컵 우승의 선물을 안고 천당에 가게 해주었으면 감사하겠다"(노컷뉴스)
- 2026.9.26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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