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 저렇게 무서운 바람도 있나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지구라고 하는 크지도 않은 땅덩어리입니다. 태양계의 형성이 50억 년 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기나긴 세월, 지구는 말 못할 시련을 겪으며 이 날까지 살아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일본의 동쪽 바닷가를 할퀴고 지나간 ‘해일’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데, 최근에는 필리핀의 한 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태풍’의 참상은 인간의 생존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한 층 더 심하게 만듭니다. 강대국들을 비롯하여 밥술이나 먹는 나라들이 앞을 다투어 구호와 원조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무서운 바람에도 죽지 않고 살아 남은 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일은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옛날에는 세계 어디에 그런 참사가 벌어져도 우리는 모르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년에는 영상 문화가 극도로 발달하여 그런 참혹한 일들이 마치 우리 동네 뒷동산에서 벌어진 일들처럼 생생하게 보이고, 따라서 그 고통을 우리는 함께 느끼게 마련입니다. 집 짓고 살다가 오늘 쓰레기 더미 위에 올라 앉아 “물을 다오, 쌀을 다오”하며 울부짖는 저들을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한 부인이 가슴을 치며 “지옥보다도 더 고약해요”라며 통곡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랜 인류의 체험과 역사를 감안할 때, 많든 적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수라장이 된 이 지구의 한 구석을 다시 가꾸며 살아야 할 것이고, 공원도 만들고 화단도 가꾸며 ‘인간 생존의 영원한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천재’ <성서>의 말씀대로, 하늘은 사람이 감당 못할 시련을 주시는 일은 없습니다. 그 폐허의 한 구석에서 어린 아이들이 공을 치며 깔깔 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어른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고야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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