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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4-02-16 오전 8: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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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평양에 있는 상수공립심상소학교(上需公立尋常小學校)에 입학한 것은 1935년 봄이었습니다. 어머님이 힘들게 마련해주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모자를 벗어 가방 위에 놓고 한참 걸어온 까닭은, 집에 왔을 때 어머님이 “너 모자는 어쨌니?”라고 물으실 때 가방 위에 얹었던 모자를 보여드리며, “여기 있어”라고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도 장난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그 모자가 없어진 겁니다. 흔들며 걸어오다 길에 떨어뜨린 것입니다. 처음엔 놀라서 말도 못했지만 곧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때 어머님이 나를 안고 “괜찮아”라고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 얼굴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 미소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어머님의 그 미소였습니다.

 나는 무슨 일로 국법을 어기었다하여 재판을 받고 15년 징역이 언도되어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이럭저럭 감옥에서 1년을 살았습니다. 뒤에 오재경 선생에게서 들은 말인데, 오 선생이 어느 추운 겨울 날 내 누님 김옥길 총장을 만날 일이 있어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실을 찾아갔더니 방이 썰렁하고 온기가 전혀 없더랍니다. 오 선생이, “왜 이렇게 추운 방에 계십니까?”라고 물었더니 “내 동생은 교도소 냉방에서 고생하는데 내가 어떻게…”라고 하였답니다. 출소 후에 그 말을 듣고 혼자서 많이 울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형제간의 사랑입니다.

 사랑 때문에 사랑을 떠난 한 여인을 나는 오늘도 기억하고 그리워합니다. 나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것을 저어하여 말없이 떠나서 말없이 살다가 말없이 저 세상으로 간 그 사람의 그 사랑이 없으면 오늘의 나는 없을 것입니다.

 천성을 향하여 오늘도, 노인다웁게, 천천히 나는 갑니다. 거기서 나는 나를 그토록 간절히 사랑하여 준 꽃보다 더 아름다운 그이들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꿈 아닌 꿈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나는 갑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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