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Noblesse’란 무슨 뜻인가?
‘Noblesse’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영어의 ‘Nobility’에 해당하는 프랑스어인데, ‘귀족사회’라는 뜻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Nobility’라고 하면 고등학교 정도 다닌 사람은 다 그 뜻을 알 터인데 굳이 ‘Noblesse’라고 해야 하는 지 그 까닭을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Noblesse Oblige’라고 하면 더 어렵게 들립니다. 이런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은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특권에 따르는 의무 또는 책임’을 뜻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헌법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에는 귀족이 없고 따라서 귀족의 책임이 따로 있을 리 없습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All men are d equal”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Noblesse’라는 월간지가 있습니다. 대단한 호화판 잡지입니다. 아마도 이 나라의 자칭 ‘귀족들’이 읽는 잡지인 것 같습니다. 4월호의 표지에는 ‘Cartier’라는 고급시계 광고가 나 있었습니다.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세계적 명품들을 이 나라의 특권계급에게 소개하기 위해서 만든 잡지라는 인상이 짙었습니다. 돈이 많아서 명품만 사서 쓰고 입고 신고 달고 들고 다니는 사람을 얕잡아 볼 수는 없지만 한심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명품 아니면 안 된다는 ‘겉멋’이 든 남녀는 고상하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저속해 보입니다. 옛날에 신불출(申不出)이라는 코미디언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무대에 서서 혹은 라디오 앞에서 “오죽 내놓을 것이 없으면 이름이 불출(不出)이겠습니까”라고 한 마디 하고 시작하였습니다.
‘불출들’이 모여서 이 나라에 ‘귀족사회’와 ‘특권계급’을 만드는 일에 성공했습니까? 대한민국의 ‘특권계급’에 무슨 의무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명품’에 묻혀서 잘 살다가 잘 가세요. 그러나 ‘Noblesse Oblige’ 같은 어려운 말을 쓰지는 마세요.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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