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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역사 앞에 겸손하기를!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4-04-12 오후 12: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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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인지상정이라고 여겨집니다. 말이야, “빈 손 들고 왔으니 또한 그 빈 손 들고 갈 것이 명백치 않나”라고 노래하지만 빈 손 들고 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그래서 사람마다, 손에는 아무 것도 들고 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 무엇을 남기고 떠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큰 무덤, 큰 비석도, 백년 뒤에는 그 주인을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관심도 없으므로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진시황의 무덤이나 나폴레옹의 무덤을 아직은 관광객들이 찾아가지만 별 큰 감동은 없습니다. 이 세상을 다녀간 수백억‧수천억의 인류 중에서 이 날까지 과연 몇 사람의 성함이 기억되고 있습니까?

 사람들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하며 신문에 더러 글을 쓰지만 읽어보면 대개 ‘남길 필요도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무엇을 남길 수 있다는 그 생각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대가, 남들이 보지 못할 은밀한 곳에 감추어 두고 애지중지하는 ‘사랑의 편지’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이 떠난 뒤에는 그것도 휴지 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베토벤이나 릴케의 ‘사랑의 편지’라면 모를까?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역사 앞에 겸허한 자세로 살다가 가야만 합니다. “내가 누군데!”라며 몰라주는 사람들 앞에 분개하지만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역사에 남을 인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역사는 사람들의 이름을 그 책에서 빼버리기 위하여 있는 겁니다.

 훨훨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날들을 보내세요. ‘돈도 명예도 사랑도’ 결코 남지는 않는 것임을 알고 사는 그 사람이 현명한 사람입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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