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이 깃발 하나를 들고
해방이 되기 전에는 자유민주주의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일제하에서는 ‘만세일계’의 ‘아라히토가미’인 일본왕을 받들어야 한다는 매우 이치에 어긋난 주입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을 뿐 아니라 마르크스‧레닌주의도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나는 해방이 되고 내가 살던 평양에 소련군이 진주하고 인민위원회와 적위대가 조직되고 김일성이 등장하고 북노당의 세뇌교육이 시작될 때 비로써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내용을 잘 모르기는 했지만, 내가 도저히 편들 수 없는 잘못된 정치이념이요 생활철학이라고 어렴풋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님을 따라 교회에 다녔고, 장대현교회의 김화식 목사님은 “공산주의는 잘못된 이념이다”라고 분명히 가르치셨는데, 이 어른은 작곡가 김동진 선생의 아버님이셨습니다. 그 목사님은 공산당에 의해 투옥되셨고 뒤에 옥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자유를 찾아 월남하기로 결심하고, 평양상수인민학교의 교원직을 사표도 내지 않고 몰래 어머님만을 모시고 원산으로 가서 하룻밤 자고 이튿날 다시 기차를 타고 철원까지 왔습니다.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38선을 넘었고 포천, 일동, 동두천을 거쳐 서울에 왔습니다. 자유를 찾아서!
삼십이 되어 나는 졸업한 대학의 전임강사가 되었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에는 조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민주화 투쟁의 일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자유민주주의의 깃발 하나 밖에 들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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