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초코파이와 북한 미녀응원단
사회주의 국가들은 소비재 생산에 익숙하다. 군수물자 생산이나 광공업 등에 한정된 자원을 대부분 소모하고 인민들의 생필품 등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데 소홀하다. 특히 설탕이나 커피 등 기호품은 사치품으로 분류하여 수입 제한품목이다. 그러다 보니 평양에서 설탕은 매우 귀한 음식재료다.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니 외화 부족을 이유로 수입이 제한된다. 가격도 일반 식자재와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비싸다. 일부 특권층이나 구입할 수 있는 특별품목이다. 과거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에서도 설탕은 상대적으로 비싼 물자였다.
필자는 2004년 LH 공사가 추진한 개성공단 시범단지 분양 심사평가 위원을 지냈다. 15개의 시범단지 입주업체가 8대 1의 경쟁을 통해 선발되었다. 입주 업체들의 북한 근로자 노무관리 입장을 논의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줄 부식과 간식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
생산원가를 절약하기 위하여 점심은 원칙적으로 북한 근로자들이 도시락을 가져와서 스스로 해결한다는 입장이었다. 북한 근로자 월급이 당시 65달러였으니 남측의 비싼 식사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입주업체의 남한 직원들에게는 자체 식당에서 국과 1식 3찬이 제공되었다. 아무리 중국 속담에 먹는 것에도 계급이 있다는 식재계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지만 북한 근로자들에게도 따듯한 국은 제공하여야 남북한 직원 간에 위화감이 덜 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북한 근로자들에게 고기와 생선 및 신선한 야채가 포함된 국이 매일 점심에 제공하였다.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 처음에 와서 일 할 때는 영양이 부실하여 얼굴 색깔이 좋지 않고 몸에서 알 수 없는 냄새까지 났으나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각종 국이 매일 제공되고 나니 6개월 만에 말쑥한 다른 사람들이 되었다.
사실 이 국의 원가는 남한 물가로 계산할 때 북한 근로자 월급의 20%에 육박하였다. 그러나 남북한 근로자들의 화합과 북한 근로자들의 복지 차원에서 영양가 만점인 국을 제공하였고 이는 사실상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 근무를 선호에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먹는 것이 부실한 근로자들에 대한 복지혜택의 일환이었다.
개성공단 입주 초기에는 평균적으로 남녀 근로자 모두 1인당 2개씩의 초코파이를 제공하였다. 그런데 30%를 차지하는 남성 근로자들은 오후 3시경 간식 시간에 모두 그 자리에서 소비를 하였다. 반면 70%의 여성 근로자들은 1개를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머지를 각자의 가방에 담아서 집에 가지고 갔다.
처음에는 입맛에 맞지 않아서 안 먹는 줄 알았다. 사연을 들어보니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주기 위한 모성애의 발로였다. 그래서 여성근로자들에게는 1개를 더 주었다. 최소한 1개는 소비할 것을 장려하였다.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는 아이들을 더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집에 가져간 초코파이는 옆집을 통해서 암암리에 암시장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북한 주민들이 처음 맛보는 초콜릿의 단맛 효과는 생각보다 강렬하였다. 사회주의 동토의 땅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특이한 맛이었다. 요즘말로 초코파이의 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얼마 안가서 초코파이는 북한 최고의 인기상품이 되었다.
공단 가동 10주년을 맞는 개성공단은 금년 들어 125개 업체에 6만여 명의 달하는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된 남북한 복합공단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의 자본주의 사조가 북측으로 유입되는 창구역할을 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남북한 주민이 일을 통해서 매일 만나고 있다. 북한이 사상교양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되던 한국산(産) 초코파이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다. 대신 초코바 ‧ 커피믹스 ‧ 소시지 ‧ 율무차 등을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아직 중앙특구개발 지도총국을 통해 초코파이를 받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고 직장장이 구두로 불가 입장을 해당 입주업체에 전달하고 있다. 특히 초코파이 대신 달러를 원하는 사례도 있지만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북한 당국이 초코파이를 될 수 있으면 받지 말라고 근로자들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런 표기가 없는 투명비닐로 초코파이를 포장해서 간식으로 나눠주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국내 식품안전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시행되지 못했다. 결국 공단 입주업체들은 초코파이 대신 다른 간식거리를 나눠주고 있다. 라면, 빵 및 계란 등 여러 가지 종류로 상황에 따라서 기업들이 대체해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시장에서는 한국산 초코파이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한때 북한 당국의 단속 강화로 자취를 감췄던 남한 초코파이가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으며 한국산 초코파이는 보이면 바로 사려는 주민들이 나타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그동안 야근 등을 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초코파이를 1인당 하루에 4-10개 정도까지 지급해왔으며 초코파이가 근로의욕 증대에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해왔다.
공단 근로자들의 한 달 간식비는 입주기업 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1인당 40달러에 달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초코파이를 시장에서 파는 것이 한 달 월급보다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노동자의 한 달 평균 월급이 120달러 정도지만 한국 기업이 당초 간식으로 나눠준 초코파이로 더 큰 수입을 얻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한국에서 개당 300원에 팔리지만 가난한 북한에서는 암시장에서 개당 10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한국 초코파이에 해괴한 물질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초코파이의 폭발적인 인기에 놀라 유포시킨 유언비어였다. 초코파이의 파급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징조다. 어떤 한국산 제품보다 초코파이는 광범위하게 북한 전역에서 팔리고 있다.
한국산 초코파이가 북한 장마당에서 널리 팔리면서 북한 당국이 체제 위협요소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간식으로 받아가던 초코파이는 하루에 40여만 개에 달했고, 공단에서 유출된 초코파이가 북한 전역에서 팔리고 있다.
특히 초코파이 포장지에 한국산(Made in Korea)임이 표기돼 있어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초코파이가 북한 주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북한 내 ‘한류’ 확산을 초래하자 북한 당국이 철저한 차단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한류 확산을 넘어 자본주의 사조의 유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아직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장사꾼들에 의해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가 더는 나오지 않을 것’ 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산 초코파이는 지난달 개당 1000원에 거래되다가, 7월 초에는 1200원, 중순에는 1500원까지 값이 올랐다.
북한산‧중국산 짝퉁 초코파이도 있지만, 한국산 초코파이의 인기를 따르지 못한다고 한다. 북한 용성식료공장에서 생산된 초코파이와 중국산 초코파이는 양도 적고 맛도 없어서 주민들이 웬만해서는 사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한 초코파이가 북한 주민 사이에 유통되면서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 역시 확산되고 있다. 당국은 북한 전역으로 퍼져 나간 초코파이로 인해 남한 경제발전상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심이 커가는 것을 방관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미각을 자극하는 초코파이가 철통같은 폐쇄체제를 흐물흐물하게 만들 것인지 주목된다. 또한 어떤 강력한 이념적 구호나 최신식 첨단무기보다도 단 하나의 작은 먹거리가 북한을 바닥부터 흔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부 대북정책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 시절 냉전시대 소련의 철문을 열 때 모스크바에 미국제 코카콜라와 피자헛이 선두로 상륙했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문화는 높은데서 낮은데로 흐르기 마련이다. 남측의 수준 높은 문화를 북측에 보내는 미시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입체적인 보완책이 의외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랑잎에 옷이 젖듯이 작은 하나하나의 개성 있는 물건과 유행 및 특별한 먹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작지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념과 무력을 사용하는 경성(硬性)대북정책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의 선진 소프트웨어를 북측으로 보내는 연성(軟性)대북정책도 적극적으로 구사할 시점이다. 개성공단의 작은 초코파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한편 북한은 아시아올림픽이사회 성원국으로서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남조선 인천에서 진행되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350여 명의 대규모 미녀응원단을 보내겠다며 편의 제공을 요청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미녀응원단의 선풍적 열기를 재현하고자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의 3대 세습의 고립을 탈피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고취하려는 선전선동 전술로 해석된다.
이제 개성공단의 초코파이와 북한의 미녀응원단이 각자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판단된다. 미녀보다는 맛있는 먹거리가 생존력이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출처 : 월간 자유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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