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납백천(海納百川)의 전쟁기념관을 꿈꾸며
“덕수야! 아바이가 없으면 장남인 네가 가장이지!”
꼭 보라는 지인들의 강압 아닌 강압으로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본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 아버지가 주인공인 어린 아들 덕수와 헤어지기 前 부르짖었던 대사다. 비록 영화지만 6·25전쟁과 서독 광부 파견,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 속에 오직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가장의 모습을 보며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만난 흥남철수 작전. 1950년 12월 24일 흥남부두에서 벌어졌던 긴박한 철수작전은 마치 시간을 되돌려 전쟁 속의 아픈 자락을 같이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부두에 모여든 수많은 피란민이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타기 위해 애쓰는 아비규환의 모습에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 나아가 호국선열들의 나라사랑을 후대에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 중인 전쟁기념관이 크게 오버랩된다.
지난해 7월 전쟁기념관장으로 부임한 이후, 기념관 전시물을 통해 매일 접하는 호국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 특히 우리가 누리는 국토의 한 조각 한 조각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 그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접하면 접할수록 지금의 안보현실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은 전쟁기념관이 안보분야에 있어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해납백천(海納百川)’의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납백천(海納百川)이란 중국 진나라 때 진왕(후에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 벼슬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자 당시 객경(客卿)으로 있던 이사(李斯)가 왕명으로 내려졌던 축객령(逐客令)에 대해 ‘나라 안의 능력 있는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타국 출신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인재를 축출하는 것은 적국을 이롭게 하는 잘못된 정책’임을 올린 상소문 중의 한 대목으로, ‘바다는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하천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들, 특히 일본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별도로 장기간에 걸친 남북 대치상황은 국민의 안보감각을 무뎌지게 함은 물론 ‘남남갈등’을 초래함으로써 우리가 지켜온 역사 속의 공동체 의식마저 파괴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사상·종교·가치관 등에 있어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안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의 가치로 전 국민이 하나가 됐듯 안보의 가치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가 뜻을 하나로 모은다면 대한민국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많은 국민이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나라사랑과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귀한 시간을 가지길 기대하면서, 전쟁기념관이 국가안보의 가치에 있어 모두가 하나 되는 해납백천의 큰 도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이영계 (전쟁기념관장)
* 출처 : 국방일보 1월9일 17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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