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환상 조장하는 캠페인, 대북 경계심 해체한다
요즘 몇몇 주요 일간지들이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키기 위해 지상(紙上)캠페인(운동)을 벌인다. ‘1가정 1만원 기부’의 ‘통일 펀드’, ‘통일과 나눔’, ‘유라시아 (통일) 친선특급’ 등이 그것들이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대박”의 후속 편인 셈이다. 통일을 염원하는 그들의 순수 동기는 이해한다. 잊혀져가는 통일에 대한 관심을 일깨운다는 점도 의미 있다.
그러나 통일 캠페인은 우리 국민들을 통일 환상과 대북 지원 동정론에 젖어들게 함으로써 대북 경계심을 해체할 우려를 수반한다. 통일되기 前 대북 경계심 해체로 북한에 먹힐 수 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친북유화책을 상기시킨다. 김·노 두 정권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평화통일 구현을 위해 북한에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로 가기위해서는 남북간 철도를 연결해야 한다며 경원선 도라선역까지 철로를 복구했다.
김대중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북한에 제공하는 경제지원을 “민족의 제단 앞에 (바치는) 헌금”이라고 미화했다. 작금의 “통일과 나눔” 캠페인도 김·노 정부의 “민족 제단 헌금”을 상기케 한다.
하지만 “민족 제단 헌금”에도 불구하고 지금 남북한은 일촉즉발의 긴장속에 대치하고 있다. 남북의 불을 뿜는 대결 까닭은 다른데 있지 않다. ‘통일 펀드’를 조성해 북한 어린이를 돕지 않아서가 아니다. ‘유라시아 (통일) 친선특급’을 타고 꿈·희망·평화통일 의지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지 않아서도 아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의 대남 적화책동 때문이다. 6·25 기습남침으로부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김씨 왕조’의 피투성이 도발과 진솔한 교류협력 거부에 기인한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6월28일 “북한이 10월에 도발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6월30일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계속되면서 어떤 도발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언제 도발할지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상태”인데도 한가롭게 “통일 펀드”, “유라시아 (통일) 특선열차”, “북한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벌인다. 그들은 태평성대를 노래한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망중한을 즐기는 느낌을 금치 못하게 한다.
헬무트 슈미트 前 서독 총리는 2006년 12월 이명박 前 서울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선물은 주지 말라”고 했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서독은 분단 시절 동독과 교류하면서 “통일 나눔” 등의 감상적인 통일 표어로 서독 국민을 통일 환상으로 들뜨게 하지 않았다. 서독은 ‘통일’ 구호 대신 동서독간의 교류 협력만 강조했고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조용히 동독에 자유사조를 스며들게 하며 개방으로 유도해냈다.
서독은 동독이 주민들의 탈출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선에 설치해 놓은 기관총좌를 철거하거나 동독 내 정치범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경제 지원에 들어갔다. 서독은 통일 1년 전인 1989년까지 34억6000마르크(4조3천억 원)에 해당하는 현물을 동독에 지원했다. 이 돈은 동독 내 정치범 3만3755명을 빼내기 위한 대가였다. 현금은 군사력 증강에 전용된다며 처음 정치범 8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물로 제공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정상회담 대가로 4억5천만 달러를 비밀리에 찔러주지 않았고 그 후 10년 가까이 교류 대가로 엄청난 현금을 북에 ‘선물’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집권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고르바초프의 자유화와 개방화의 틈을 노치지 않고 수백만 명의 동독인들은 1989년 대규모 반공·민주화 시위를 벌였으며 서독으로 탈출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 독일 통일은 고르바초프의 자유·개방화 정책에 재빠르게 편승한 동독인들에 의한 동독인들을 위한 동독인들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통일 나눔”을 운위(云爲)한다 해도 북한 주민들이 동독인들처럼 자유를 외치며 궐기하지 않는 한 독일식 통일은 가능치 않다. 그런데도 “통일 펀드”니 하며 통일 환상을 확산시킨다면 통일 감상에 젖어 우리 국민의 대북 경계태세만 해체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김정은이 남한의 떠들썩한 통일 구호를 남한의 흡수통일 획책으로 간주, 대화와 교류협력을 더욱 기피토록 몰아갈 수 있다. 시끄러운 통일 캠페인은 통일은 물론 남북관계의 안정을 저해하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통일 환상을 조장할 시기가 아니다. 핵공격 협박을 입에 달고 사는 김정은의 잔혹한 도발에 대비, 대북 경계태세를 빈틈없이 강화하면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울 때이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前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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