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당신이 '진정한 영웅<true hero>'입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전 당시 흥남 철수작전에서 일등항해사로 활약한 해군 예비역 소장 제임스 로버트 루니(J. Robert Lunney) 제독(뉴욕주 변호사)을 만났다는 기사가 언론을 탔다(konas.net 15일자 기사 참조).
박 대통령은 이 항해사에게 “당신이 진정한 영웅”(You are the true hero)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 한 쪽이 뭉클하며, 진한 감동이 일기 시작했다.
루니 제독은 1950년 6·25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작전을 통해 생명을 얻은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 인들에겐 말할 나위 없고, 6·25전쟁을 겪은 세대나 그렇지 않은 많은 한국인들에게도 친근한 선박 이름으로 기억될 듯싶다. 그만큼 그가 남긴 인간애, 인류애 적 휴머니즘이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에게도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방미(訪美) 첫 일정으로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인근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 하기 앞서 루니 제독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老 제독에게 “수많은 한국인들이 당신 덕분에 오늘날 살아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적의 배’로 일컬어지는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그동안 언론이나 서적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고마움과 감사의 상징으로 다가오는 상선임과 동시에 그 주역인 루니 항해사와 당시의 선원들, 그리고 일촉즉발(一觸卽發), 위기일발(危機一髮)의 순간에도 흥남 철수작전을 지휘하며, 유류와 수많은 군수물자를 파괴해 가면서까지 피난민 약 10만명의 탈출을 돕도록 지시한 에드워드 알몬드 전 미10군단장의 휴먼스토리는 장대한 서사시를 연상케 한다.
워싱턴 발 기사를 접하면서 기자는 몇 해 전 이와 관련 내용을 취재하던 때가 떠올라 취재수첩과 묵었던 기사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확인했다.
2006년 2월23일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당시 79세의 老 신사 로버트 루니 제독이 잠실에 위치한 대한민국재향군인회를 찾았다. 이 날 그의 향군 방문은 향군이 수여하는 ‘향군 대휘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향군이 루니 제독에게 대휘장을 수여키로 한 것은 사지(死地)에서 그가 보여준 숭고한 인류애에 감사하고 대한민국의 재향군인들이 그의 공을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향군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중공군과 북한군의 포위망을 뚫고 무려 14,000명의 한국 피난민과 6·25참전 전우들을 상선에 싣고 거제도로 무사히 도착시켜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소중한 인명구조에 크게 기여한 공적이 인정되어 650만 향군회원의 뜻을 모아 향군대휘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루니 항해사의 나이는 22살이었다.
‘향군 대휘장’은 국가안보와 회원 권익신장 등 향군 명예를 빛낸 사람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휘장으로 외국인에게 수여하기는 루니 제독이 처음이었다. 당시 루니 항해사는 흥남 철수 작전을 도운 공로로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과 미국 ‘용감한 배’ 표창을 받기도 했다.
루니 항해사가 향군을 방문해 ‘향군 대휘장’을 받을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한 사람이 있었다. 한국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 관련 행사를 펼치며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한 ‘뉴 밀레니엄 피스 파운데이션 회장’ 안재철 박사였다. 안 박사는 당시 빅토리호 선원과 유엔군 장병, 그리고 피란민들이 안전하게 철수 할 수 있도록 지원한 구조대원들의 인도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미국에 추모공원 ‘월드 피스 밀레니엄 파크(World Peace Millennium Park)’와 추모비 건립사업에 힘을 쏟고 있었다.
지금은 그의 활동에 힘입어 우리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루니 항해사의 활동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의 공적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던 때였다. 안 박사는 “루니씨의 인도주의적 활동이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그를 한국으로 초청하게 되었다”고 기자에게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 날 향군은 루니 제독 외에도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이었던 故 레너드 라루씨에게도 향군 대휘장을 추서해 보은의 의미를 나누었다. 라루 선장은 6·25한국전쟁 이후 미국 뉴저지주 성 베네딕도회 뉴튼 수도원에서 가톨릭 수도자로서 일생을 봉헌하다가 2001년 10월 사망했다.
알다시피 ‘메리디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싸움터 중 하나인 흥남 항에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정박했다가 중공군과 북한군에 밀리던 국군장병과 피난민 등 14,000명을 구조함으로써, 기네스북에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구조한 배’라는 이름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당시 빅토리호의 승무원 47명은 의사소통도 안 되는 상태에서 14시간에 걸쳐 피난민을 배에 싣고 흥남부두를 최후로 빠져나왔으며 이후 3일 동안 항해하게 된다. 기뢰 부설 등 몰살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제도로 항해하는 도중 5명의 새 생명이 탄생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무사히 부산항에 안착했다.
이 날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서 박 대통령과 루니 항해사의 만남은 6·25한국전쟁 발발 65년 역사를 뛰어 넘는 감동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필사의 탈출을 기도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피부색깔도 다른 생면부지의 먼 이국(異國) 14,000여 명의 생명을 구해낸 22살 파란 눈의 이방인 청년. 그는 이제 90을 바라보는 은빛 연륜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확고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 대통령과의 만남,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작은 동맹의 확인이요, 벅찬 감동이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미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것처럼 2013년 미국 방문 당시에도 참전비에 헌화한 바 있다. 그 때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에 참전해 희생하신 분들과 역대 사령관들께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번영한 것도 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혈맹의 동맹 관계는 이렇게 굳어지는 것 아닐까.(konas)
이현오(코나스 편집장.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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