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덕양보(陰德陽報)
여러 해 전부터 나를 스승으로 받들고 섬기는 황무영 회장이 어제 만나서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일찍이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서 대학을 마쳤으니 일본에 그냥 눌러 살았으면 돈도 많이 벌고 매우 편한 삶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뿌리에 대한 관심이 크고 그 사랑이 짙어져 오래 전에 조국 땅에 자리 잡고 ‘모노레일’ 회사를 하나 차리고 키우는 일에 자신의 젊은 세월을 다 바쳤습니다.
식사 중에 그는 자기가 최근에 끝낸 일 하나를 나에게 떠듬떠듬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는 본디 말이 적고 자기 자랑은 하는 일이 아주 없는 과묵한 사람인데 최근에 비무장지대 어느 철조망에서 인민군이 심어 놓은 지뢰를 밟고 어느 병사가 다리를 잃은 그곳과 멀지 않은 어느 고지에다 모노레일을 설치한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았습니다.
그 산이 1,000미터가 넘는 험한 산인데 사병 25명이 그 정상 초소에서 북의 인민군을 감시하며 조국을 지키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 초소까지 오르기가 너무 힘이 들어 사병들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병들의 부모를 생각하면서 그의 마음이 괴로워 그들을 위한 모노레일을 설치해주기로 결심하고 총 공사비 3500만원을 들여 완공하였다는 내용의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그의 숨은 이야기를 듣고 정말 감동하였습니다. 그는 나로 하여금 사자성어(四字成語) 한 마디를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음덕양보(陰德陽報)’라는 그 한 마디뿐이었습니다. “숨어서 덕스러운 일을 행하는 자는 밝은 데서 보답을 받게 마련이다”라는 뜻으로 풀이가 되는 한 마디입니다.
남에게 자랑하려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숨어서 일하기를 좋아하는 일꾼입니다. 방산비리(防産非理)가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타락한 한국의 국방 현실이지만 황무영 같은 애국자가 있어서 이 나라는 건재 한다고 나는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지가 몇이나 되는지 나는 지금 모르지만 그 고지마다 번호를 붙이고 동지들을 규합, 3,000만 원 정도를 모금하는 운동을 시작하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황무영이라는 재일동포의 애국심이 내 마음에도 불을 지릅니다. 고지 제 2호까지는 그가 사비로 완공하였다는데 우리가 가만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라 사랑의 길은 매우 가까운 곳에도 있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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