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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수기 ‘다르면 다를수록“(입선)

Written by. 박현우   입력 : 2019-11-25 오후 4: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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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은 지난 5월 24일∼ 6월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를 공모해 선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2019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9월 26일 발간했다. 2006년 시작된 체험수기집 발간은 올해가 14번째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코나스는 병무청의 협조 아래 우수작을 중심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을 했었고, 대학에서는 기초과학인 생물학을 전공하던 나는 단 한 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장애인 복지관에서 24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정말 뻔하게 업무를 통한 나의 성장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자존감을 드높이고 싶지는 않다. 1년 3개월의 복무 기간 동안 내가 맡은 여러 가지 업무를 통한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다. 더불어 현장 속에서 사회복무요원의 역할과 이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의 전공과 관련지어 같이 해보려 한다.

 복무이자 도전의 시작
 대학을 다니며 주변 친구들이 모두 현역으로 병역의 의무를 하러 가고, 그들보다는 조금 늦게 병역의 의무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4급 판정을 받은 후 주변인들을 통해 사회복무요원의 업무에 관해서는 많이 접했다. 예를 들면 행정 계열이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는 다 해봤다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이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이 되면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만 보면서 근무지 업무를 보조하기만 할 것 같았다. 실제로도 내 주변의 사회복무요원은 모두 행정 계열에서 근무한다. 그렇기에 사회복지계열에서 근무하면 어떤 일을 할지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고, 설령 된다고 해도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복무 기관이 배정되는 순간을 기다렸고, ‘밀알복지관’에 배정되었다. 가장 최근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대할 수 있었던 때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특수학급에 있는 친구들과 같은 교실을 쓴 것이 전부다. 그 후로는 직접 대면할 일도 없었고, 나의 앞길 하나 챙기기 바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 때문에 24개월의 복무 기간이 큰 도전처럼 느껴졌고, 어쩌다 보니 그 도전이 벌써 시작되었다.

 현장 속으로 : 직업을 통한 인생의 전환점
 이곳에서 나에게 준 주된 업무는 성인 지적장애인 13명을 장애인 재활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맡아 직업재활을 하는 직업훈련반 업무다. 이곳은 사회에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직업인식 교육, 기능학습, 자격증 취득을 도와주는 곳이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단순 노무밖에 없는 줄 알았다. 실제로 집게조립 등 단순 노무훈련을 해도 직업이 그것으로 한정되진 않는다.

 그중 ◯◯◯ 훈련생은 바리스타 2급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험 전 바리스타 학원에서 실습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복지관에서 내가 실습 준비를 도와주게 되었다. 종이에 에스프레소 추출법과 라떼 제조법이 적혀 있었고, 그 순서만 외워서 제조 후 심사위원에게 서빙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 훈련생에게는 일련의 과정이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처음엔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 일단 이면지에 제조법을 몇 번이고 적으면서 무조건 외워보라고 해봤다. 몇 시간 정도 지난 후 다 외웠는지 확인을 해봤는데 ◯◯◯ 훈련생은 “선생님, 쓰기만 하니까 손만 아프고, 잘 외워지지도 않고, 실제로 기구를 가지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때부터 나도 1시간 정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때 내 자리에 마시다 남은 아메리카노가 눈에 들어왔고, 교실에 있는 캐비넷을 전부 뒤져 컵과 온갖 잡동사니를 꺼내 실전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플라스틱 컵 2개를 쥐여 주며 “이건 에스프레소 추출하는 잔”, 내 텀블러를 쥐여 주며 “이건 라떼 만들 때 사용할 우유라고 합시다.” 커피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다시 이야기해 주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리고 ◯◯◯ 훈련생에게 다시 외웠는지 되물었을 때 완벽하진 않아도 전보다는 확실히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감만 심어줘도 큰 성공이다.

 복지관에 있는 카페에 양해를 구해 이미지 트레이닝한 대로 실제 제조를 해보니 성공이었다. 그리고 ◯◯◯ 훈련생은 바리스타 2급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꿈을 위한 노력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가슴 뛰는 일이다. 나의 꿈을 위한 노력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다. 그러나 남의 가슴을 뛰게 하는 과정에 나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이 큰 성취감이 되었다. 그 상대가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타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직업훈련생들에게 직업인식 교육도 해보면서 오늘 내가 출근하면서 본 많은 사람은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 사람 중 장애인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의 직업 활동이 인생에서는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띵동~ 반찬 배달 왔습니다!
 밀알복지관은 관내 서비스도 하지만, 관외 직접서비스도 한다. 그중의 하나가 반찬 배달 서비스이다. 1주일에 1회 복지관 식당에서 봉사자 분들의 손길로 만든 맛있는 반찬을 포장하여 각 가정에 직접 배달해준다. 20여 가정을 돌면서 반찬을 직접 드린다. 물론 처음엔 반찬 배달을 해야 한다고 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육체적으로 힘만 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 사회의 다양함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장애인 활동 보조를 하시다가 본인의 집에서 아예 장애인 분들과 생활하시는 가정, 뇌전증과 지체 장애로 거동과 생활이 불편한 가정, 장애인 부부가 갓난 아이와 함께 사는 가정 등 장애가 아니어도 온갖 일들로 사는 것이 어려운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어쩌다가 다른 일이 있어 한 주 못나가게 되면 그 다음 주에 항상 내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꼭 물어보곤 하신다. 땀을 많이 흘리면 어디 아픈 건 아닌지,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은 갖고 다니는지 매일 보는 사람처럼 관심을 가져주신다.

 그 중에는 우리 동네에 사는 분들도 많았다. 언덕 하나만 건너면 그런 분들이 있는데 둘러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대개 반찬을 한 분 한 분께 드리면 꼭 감사 인사가 돌아오고, 감사 선물을 받기도 한다. 사탕이라던가, 드링크라던가. 배달하는 건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1주일 동안 기다려온 마음이 감사 인사에 담겨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낄 줄 모르고, 소소한 것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는 집에서 먹는 도시락 김 한 장에도 그 분들에게서 받은 감사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등 좀 밀어드릴게요!
 반찬 배달 서비스와 함께 맡은 서비스는 목욕 서비스이다. 혼자 목욕하기 어려운 분들을 모셔서 대중목욕탕에서 씻겨드리는 서비스이다. 모시는 남성분은 네 분이다. 한 분은 뇌병변장애와 뇌전증을 함께 갖고 계신 분이고, 한 분은 시각장애를 가진 할아버지고, 나머지 두 분은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다. 처음 언급한 분은 집에서부터 들어서 차로 모시고 와서 목욕탕 안까지 휠체어로 모시고 들어가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들어서 간이침대에 모셔서 씻겨드려야 한다.

 그중 시각장애를 가진 할아버지는 어디든 모셔다만 드리면 혼자 세면까지 알아서 다 하신다. 다만 앞이 안보이시다 보니 다른 감각에 매우 민감하신 듯하다. “다 하셨으면 등 좀 밀어드릴게요!”라고 말씀드리면 깜짝깜짝 놀라곤 하신다. 생각해보니 시각장애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도와만 줘야 한다는 편견과 다른 감각이 민감해 진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의 무지가 할아버지의 심기를 많이 불편하게 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옆에 붙어 이야기하다 보면 배울 것이 많다. 예컨대 다른 이용자분이 내가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하고 명령조로 이야기하면 그걸 들으시고 “자기보다 어리다고 막말하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그죠?” 하며 연신 존댓말과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할아버지는 시각장애를 얻은 뒤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항상 감사해 하신다고 한다. 남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로도 많은 반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남을 어떻게 대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할아버지 앞에서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 남을 씻겨준다는 일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일이다. 그 때문에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것이 설령 가족이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의 등을 밀어드리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을 때 그 향수를 느낄 수 있었고, 연신 감사해하는 분들의 마음에서 내가 못 씻었어도 씻은 듯한 개운한 보람이 찾아오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다.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알다.
 장애인을 대하며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큰 배려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대표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평소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를 할 때면 “어제 류현진 던지는 거 봤냐?”라고 한다. 그러나 목욕하며 모시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와 이야기할 때 “류현진 경기 보셨어요?”라고 여쭈니 할아버지께서 “어제 중계 들었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라고 답을 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듣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최근에 내가 보고 느낀 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최대한 자세히 묘사하고, 본 것보다는 들은 것 위주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할아버지께 “류현진 중계 들으셨어요? 해설이 뭐라 뭐라 말하던데 진짜 그렇더라고요.”라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말하는 것도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복무하며 상대의 불편한 점을 파악하여 말하는 것 하나라도 한 번 더 배려하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지역사회를 알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회복지사는 아니지만 매일 복지관에서 장애인 분들과 함께 하면서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는 많이 생각해 봤다. 그러나 관외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걸린 몇 가지 제약을 해결해보고 싶었다.

 복지관 건물에서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만큼 복지관 밖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잠재적 이용자들에게는 어떻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할까? 또 그 속에서 사회복무요원은 어디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그만큼 돌발상황과 변수가 많아 아직도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 청소하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올 때 쓰레받기까지 같이 들고 오는 것이 사회 복무요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장에서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항상 바라고 있다.

 세상은 다르면 다를수록 강해진다.
 나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생물학의 역사를 통해 인류가 이제까지 어떻게 생존했는지 배우고 고찰했다. 그것은 바로 생물의 다양성이다. 한때 서구사회에서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우수한 개체만 남기고 열등한 개체는 모조리 없애버리려 했던 시도가 ‘우생학’이라고 불리는 아픈 역사의 시초다. 우수한 개체임은 누가 판단하며, 그 기준은 무엇이며, 열등한 개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질병 영화나 좀비 영화를 보면 세상 사람들은 다 감염되어 죽어 가는데 꼭 한 사람이 감염되지 않는 면역을 가져서 그로 인해 세상은 평화를 가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 수 있던 이유이다. 만약 면역이 있는 사람이 우수하지 않은 개체라고 판단되어 이 세상에서 없어졌다면? 다양성이 사라져서 서로가 다 비슷하고, 똑같다면 이 세상은 애초에 전염병 한방에 말살되었을 것이고, 지금의 우리는 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간접적으로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판단하는 근거는 있을지언정 우열을 판단할 수 없다. 서로가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달랐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곧 모든 개체의 모든 기회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의 취업이 어려워 보일지라도 취업할 기회는 존중한다는 것이다. 만약 장애인을 밀알복지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나는 그들을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여러 사람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달랐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고, 그 자체가 책 밖에서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었다.

 이곳에서 생물학의 근본이 되는 ‘다양성’을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세상은 다른 것들이 섞일수록, 다르면 다를수록 강해진다. 세상이 다 똑같다면 배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다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다양성을 배척하지 않듯이 우리 개개인도 장애인, 비장애인, 지역사회의 약자를 있는 그대로 다양성을 인정하면 이상적인 사회복지가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내일도 그런 세상을 위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현우(밀알복지관)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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