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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관리담당 수기 ‘같이 걸을래?’(입선)

Written by. 최은선   입력 : 2019-11-25 오후 4: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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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은 지난 5월 24일∼ 6월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를 공모해 선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2019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9월 26일 발간했다. 2006년 시작된 체험수기집 발간은 올해가 14번째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코나스는 병무청의 협조 아래 우수작을 중심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뇌병변장애 1급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휠체어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생활이 불가능한 1학년 학생 ‘○○’와 사회복무요원이 만나면서 생겼던 사건들을 기록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안녕하세요.” 무표정에 말수가 적은 사회복무요원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이들과 잘 지내실 수 있을까? 언어장애 학생이 오면 한 마디라도 먼저 말을 걸어줘야 하는데 말수가 적으셔서... 일반학급이 아닌 특수학급이라는 특수적인 환경인지라 특수교사인 나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특성과 사회복무 요원의 특성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더군다나 1학년으로 처음 입학하게 될 학생 중에 뇌병변장애 1급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 기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 학생은 병설유치원의 경험이 1년 밖에 없고 그 외의 시간은 가정에서 부모님과의 보육 경험 밖에 없었습니다. 시설에서의 경험 1년 외에는 전무해서 학생의 부모님도 학교에 입학하는 상황에 적잖이 걱정하시며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쓰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신체적인 특성이 경직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오로지 휠체어에 의지하여 생활할 수 밖에 없고 소변 처리도 교사가 안아서 변기에 앉힌 뒤 뒤처리도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식사 시에도 혼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 옆에서 밥을 떠서 먹여줘야 했고 양치질도 당연히 교사의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런 특성의 학생인지라 학교에서는 교사 외에 실무사나 사회복무요원이 이 학생과 일대일로 전담을 맡아 일거수 일투족 모든 것을 도와주고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강직형의 장애이기 때문에 소변 처리나 양치질을 위해 세면대 앞에 학생을 세울 때 자칫 세면대를 잡은 학생의 손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옆으로 넘어져서 손쓸 새도 없이 머리부터 온몸이 무방비 상태로 다칠 우려가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 저의 반에 뇌병변 학생이 입학을 해요. 그래서 선생님이 숙지하고 계셔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 말씀드릴게요.” 학생 입학 전에 모든 사항을 전달하고 이야기하자 사회복무요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을 숙지했습니다.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경력이 많은 특수교사들도 힘들어하는 학생이므로 요원 선생님도 당연히 힘드시리라 염두하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특히나 나이가 어리고 다른 사람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탄 학생들을 길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가정에서 생활을 하거나 차로 이동을 하고 그 가족들도 편하게 길을 다니는 것을 꺼려해 일반 시민들이 보이는 곳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과 만나고 특히 얘기를 나눈다는 경험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요원도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고 교사인 나도 요원 선생님께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입학 첫날 ○○는 조그만한 소리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작고 하얗고 왜소한 모습으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건네는 인사를 받고 저는 더 밝은 소리로 인사했습니다. “안녕, ○○야 나는 특수학급 교사고 여기는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야. 앞으로 서선생님 이라고 부르면 돼.” 이야기를 해주자 아이의 눈이 사회복무요원 선생님께 향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 인사를 하자 ○○는 호기심 반 반가움 반의 얼굴로 마주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일상들이 궁금해졌습니다.

 도와줄게.
 사회복무요원 선생님과 ○○는 조용히 서로를 파악해 가고 있었습니다. 학생이 작년에 다니던 병설 유치원에도 사회복무요원이 있었던터라 ○○도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 자신의 옆에서 글씨 쓰는 것이나 화장실 가는 것을 도와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새로 친구를 사귈 때 파악을 해나가듯 서선생님이 어떤 스타일인지 살펴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복무요원 선생님도 말은 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나가며 학생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3교시 특수학급에서 ○○의 국어 시간이 되었고 사회복무요원 선생님과 ○○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실에서 특수학급으로 내려와 공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나 하나 지시를 하고 있었던터라 저는 “선생님 사물함에서 ○○ 국어책 꺼내주세요.”라고 부탁을 했고 선생님은 얼른 책을 꺼내 ○○ 앞에 놓았습니다.

 ○○의 뒤를 이어 특수학급에 소속된 다른 학년의 학생도 들어왔습니다. 종이 울리고 책을 펴 공부를 시작하는 찰나 다른 학년의 장애 학생이 문제행동을 보였습니다. 즉각적인 지도가 필요했으므로 저는 ○○를 신경쓰지 못하고 그 학생에게 문제행동 지도를 하고 교과서를 펴도록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참 그 학생과 이야기를 하고 ‘아차’하는 생각에 ○○를 바라보자 ○○ 옆에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 오셔서 공부할 곳은 짚어주며 손으로 글씨 쓰는 것을 도와주고 계셨습니다.

 ○○는 낯가림이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여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스스럼없이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고 사회복무요원이 ○○와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 었습니다. “○○야, 여기 써봐. 어려워? 내가 도와줄게.”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선생님은 말수가 적은 성품이시라 평소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어려울 정도인데 학생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말을 걸어주고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어 주는 모습에 제 마음속에 작은 씨앗이 반짝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 다. ○○도 선생님의 말씀에 웃는 모습으로 답하며 함께 손을 맞잡고 글씨를 써내려 갔습니다.

같이 걸을래?
 ○○랑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은 서로 친해져서 제법 이야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보드게임을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는 일도 생겼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개인적인 노력과 수고로 맺어진 결과인 것을 알고 무척 감사했습니다. 아동과의 친분을 쌓는 부분은 선생님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고 정확히 말하자면 선생님 업무 영역 이상의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아동과 친해지자 아동의 학교생활이 질적으로 높아지고 학교 적응이 빨라졌습니다. ○○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선생님과 관계가 편해지고 둘이 게임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고 반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며 같이 놀고 싶어 했습니다. 일반학급의 아이들이 특수아동들과 같이 놀기 꺼려하거나 본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선생님이 아동에게 하는 친절한 모습과 재미있게 지내는 행동들이 반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 후 ○○의 양치질을 돕고 사회복무요원 선생님과 ○○는 교실에서 친구들과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특수학급 정리를 한 후 ○○를 보고자 일반학급으로 올라갔는데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갔겠거니 생각을 하고 기다렸는데 한참을 지나도 오지 않아서 교실 종이 곧 칠 것만 같은 생각에 찾으러 나섰습니다. 이 쪽 저쪽 교실을 둘러보고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저 앞에서 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울컥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 보았습니다.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은 ○○를 번쩍 안고 여기저기 학교를 둘러보면서 시설을 소개시켜 주고 있었습니다. 큰 휠체어를 끌고 이동하면서 곳곳의 학급과 시설들을 세세하게 보여주기에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그러한 제약없이 ○○에게 마음껏 학교를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에 5층이나 되는 학교를 휠체어 없이 아이만 번쩍 안고 돌아 다녔던 것입니다.

 힘이 들었는지 얼굴이 상기된 선생님에게 고마움과 감동이 섞인 마음을 애써 누르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점심시간 내내 아이를 안고 학교를 둘러보신 거예요?” “네! ○○가 다른 층에 무슨 반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나왔는데 아무래도 휠체어로 이동하기 불편해서 안고 다녀왔어요.” “선생님!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 저 안고 학교 다 구경시켜 주셨어요. 같이 걸어보자고 하셔서 따라 나왔어요.” ○○의 답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같이 걸어보자는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에 모든 학문적인 특수교육과 이론들이 포함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특수교육의 화두는 장애를 개인 특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사회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장애인은 ‘신체적 요소와 사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참여 제한을 받는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변해 왔습니다. 근데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의 행동이야말로 ○○의 장애에 초점을 맞춰서 학교를 둘러보지 못하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라는 환경적 제약에 초점을 맞추고 환경의 제약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준 것입니다.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처럼 한 사람, 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한다면 사회복무요원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학문적인 배경과 경험들을 초월해서 놀라운 일들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다 같이 걸어볼까요?

최은선(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복무관리담당)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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