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한적한 날,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예술공원에 있는 현충탑을 방문해 보았다. 현충탑은 원래 화성보호구역인 매향동에 있었는데 2005년 6월에 지금 위치로 이전했다고 한다.

 현충탑은 전체 면적 16,330㎡ 규모로, 제단에 향을 올리는 형상의 주탑은 길이 4.3~18m의 화강석과 스테인리스를 결합한 기둥 10개를 사용했다. 한눈에 봐도 드넓은 광장은 새빛마당과 추념의 단, 어울마당 등으로 구분해 조성했는데 새빛마당에는 참배로와 일반동선을 구분하여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위패실 안에는 총 342명의 위패를 봉안했고 내가 방문했을 때는 내부에 들어갈 수 없도록 막아둔 상태였다.

 현충탑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호국영령의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빌고 그 용기와 숭고한 뜻이 우리 후손들에게 애국정신의 귀감이 되어 길이 보존하기 위해 건립된 국가 현충 시설이다. 

 현충탑의 부제는 ‘미래를 향한 빛’이라는 이름으로 재단에 올리는 향을 현대적 조형성과 미래지향적인 상승감을 느끼도록 형상화하였다. 

 또한 탑신 윗부분에는 무색의 스테인리스 부분이 있는데 이는 향이 타들어 가는 모양을 표현하여 나라를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였다. 이런 호국영령을 위한 현충탑 앞에 줄지어 선 십이지신의 동상은 그들을 보호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눈길이 가는 현충탑의 중앙에 있는 무궁화 조각 밑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영령들을 여기 모시다. 넋은 나라를 지키고 뜻은 후세에 이어졌으니 
장하고 위대한 정신은 광교의 정기와 이어져 수원시민의 가슴에 영원하리라.”
 

▲ 현충탑 전면(상단 왼쪽), 현충탑 측면(상단 오른쪽), 현충탑 입구에 있는 비석(하단 왼쪽), 무궁화 조각(하단 오른쪽)ⓒkonas.net

 현충탑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순간을 담아낸 것으로 보이는 동상이 있다. 왼쪽 동상에는 현충탑이 본래 매향동에 있었다는 사실과 104만 수원시민의 뜻이 모여서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오른쪽 동상에는 앞서 설명한 현충탑에 담긴 의미와 왼쪽과 오른쪽의 동상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다. 
 

▲ 현충탑의 왼쪽 동상과 오른쪽 동상 ⓒkonas.net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좌측 군상에는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군, 경찰, 시민, 학생의 모습을 함축하여 조형화했고 우측 군상은 호국영령들을 위한 기도와 우리나라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현충탑을 다 감상한 이후에 탑을 등지고 오른쪽 산길로 가다 보면 굳건하게 서 있는 두 동상을 볼 수 있다. 이 두 동상은 청동인물상으로 본래 주탑 양측에 세워져 있었으나 공원에 현충 시설을 새롭게 건립하면서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고 한다.

▲ 현충탑의 청동인물상ⓒkonas.net

 현충탑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충 시설 중 한 곳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취재하러 갔던 당시에도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보드를 타는 영상을 찍으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최소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예의는 갖췄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많은 이들의 희생과 용기로 어렵게 얻은 지금의 평화인 만큼 이를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매일 그들을 위해 기도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현충일이나 국군의 날 등 최소한 호국영령들을 기억해야 하는 날만이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싸운 호국영령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길 바란다.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홍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