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무엇을 남기고 갈까
사람은 누구나 왔다 가는 것입니다. 아담과 이브도 왔다 갔습니다. 그 두 분의 후손들도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다 왔다 가고 오늘 이 지구상에는 약 70억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도 백년 이내에 다 가고, 다만 극소수의 장수노인들만이 어디엔가 쪼그리고 앉았을 것입니다. 아들, 딸 밖에는 남기고 갈 것이 없다는 말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세대가 여러 번 바뀌고 세상도 엄청 변하고 나면, 비록 성씨(姓氏)는 이어 받았어도 누가 누구의 후손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족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누가 누구의 손자인지 그건 알아서 무엇에 쓸 겁니까?
“빈 손 들고 왔으니 또한 이 같이 빈 손 들고 갈 것이 명백지 않나” - 옛날에 부르던 허사가의 일절입니다. “세상만사 살피니 참 헛되고나. 부귀‧공명‧장수는 무엇하리오.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 문전옥답(門前沃畓)도 우리 한 번 죽으면 일장(一場)의 춘몽(春夢)” 아닌가요?
저 유명한 베드로 성당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도 베토벤의 교향곡의 악보들도 다 불에 타면 무엇이 남겠습니까? 사상도 이론도 시도 소설도 따지고 보면 다 덧없는 것입니다. 10만 년 뒤에 이 지구상에 태어난 우리의 후손들이 <방법서설>을 쓴 데카르트나 <순수이성비판>의 저자 칸트가 누군지 알겠습니까? 누가 무엇을 과연 남기고 가겠습니까? 사람이 모은 돈도, 이룩한 사업도 오래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름을 남길 필요조차 없는 우리들, 우리는 어떻게 살며 무엇을 남길 것이 있습니까? 한 가지 가능한 것이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사랑하면서 불평 없이 살 수는 있는 것 아닐까요? 사랑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떳떳한 삶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고,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은 그 ‘사랑의 추억’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안보칼럼] 강한 국군이 곧 평화의 조건이다](/img_data/article/260930/260930_6303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