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
유명한 어떤 정치인에게 기자가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거짓말을 잘 하십니까?” 이 유명한 정치인이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은 없고 다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일은 가끔 있었습니다.” 그의 태도와 표정은 태연자약하였습니다.
사람이란 약속을 하고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다 잊혀진 과거지사라 하겠지만 IMF의 한파가 몰아쳤을 때 그에게 돈을 꾸어줬던 친구들이 “내 돈 내놔”라며 아우성치는 그 와중에서 하도 부끄러워 자살한 젊은 기업인도 있었습니다.
약속을 하고도 안 지키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지킬 마음은 있었지만 IMF 한파에 밀려난 그 기업인처럼 약속이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는 자는 처음부터 그 약속을 지킬 뜻이 없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자를 협잡꾼이라고 합니다.
약속을 하고도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이 자기에게 불리하면 안 지키는 철면피 지도자가 수두룩한 나라가 바로 이 나라입니다. 조국근대화의 행진에 발맞추어 이 따위 사이비 지도자들이 틀림없이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날이 오기까지는 이런 사기꾼들이 행세할 것이 확실하니 선량한 유권자들의 경계태세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새로 구성되는 20대 국회에는 이런 협잡꾼이 한 사람도 없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문서로 밝힌 계약은 구속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말로만 한 약속은 안 지켜도 된다고 착각하고 사는 한국인이 많습니다. 그래서 ‘예약문화’가 자리 잡고 뿌리내리기 어려운 나라가 한국입니다. 호텔이나 식당에 예약은 해놓고도 감감 무소식 - 문명국가가 되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예약도 약속인데 안 지키면 안 돼지요. 그날 그 시간에 갈 수 없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해야죠.
나라를 바로잡는 일이 지극히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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