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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2019 국토대장정 소감문⑧] 스물 셋, 그 날의 기억

Written by. 김형종   입력 : 2019-11-19 오후 1: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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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4학년 김형종

스물 셋,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인 스물 셋의 나는 쉼없이 이어지는 학교생활에 지쳐 있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던 내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여태껏 살아온 내 나라의 이곳저곳을 직접 걷는다는 것은 대부분 일상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특별할 수 있는 일이다. 걷는 걸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토대장정은 경기도 서부에서 강원도 동부까지 이어지는 휴전선 일대의 경로로 이루어졌는데, 특히 남북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다른 대장정 경로보다 더 많은 생각과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여정이 될 수 있었다. ‘현충원’과 ‘천안함’, ‘승리 전망대’등 여러 전적지를 답사하면서 부대별 간부 혹은 관계자분들이 각 지역에서 있었던 전투들과 그 과정들을 자세하고 생생하게 알려주셨는데,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사력을 다해 노력하셨던 선조들에 대해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애국지사들의 애국활동을 직접 보게 되니 우리나라 수호에 힘써준 많은 사람들에 대한 추모와 감사, 또 연민 같은 여러 가지 감정이 미묘하게 교차했다.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악천후와 함께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장마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군을 하는 동안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고 하루 정도를 제외하고는 햇빛도 거의 없는 흐린 날씨여서 걷기 정말 좋은 날씨였다. 평소에 운동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날씨는 축복과 같았다. 살이 탈 것을 대비해 가져온 선크림도 거의 쓰지 않았고, 신발이 젖을 것을 염려해 가져온 여분의 신발도 필요 없었다. 우리들은 시원한 바람을 오롯이 느끼며 기분 좋은 걸음을 할 수 있었다. 좋은 날 좋은 날씨와 함께해서 좋은 기억만 남았다. 좋은 기억을 논한다면 뺄 수 없는 것이 함께 간 대원들에 대한 기억이다. 낯을 가리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것도, 사진을 찍으려는 나에게 흔쾌히 다가와준 것도, 대장정 기간동안 함께 발을 맞춰 걸었던 것도 칠박 팔일 동안 함께했던 대원들이었다. 우리 모두는 다른 곳에서 온 다른 출신의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대장정을 경험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향군 국토대장정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군인이라는 신분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를 지키는 군대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방법 외엔 없었다. 도수체조나 훈련, 내무반에서의 이야기 등 친구들이 이야기하던 군대에 대한 내용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원래대로라면 민간인은 사용할 수 없는 ‘PX’를 특별하게 허용해주셔서 ‘PX’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들을 생각해주는 이런 세심한 배려들이 국토대장정에 대한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았나? 라고 생각해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단연 ‘717OP’이다. 7일차 마지막 행선지였던 ‘717OP’는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OP인데, 바로 눈앞에서 북한군 초소를 볼 수도, 민족의 영산이라는 ‘금강산’을 직접 볼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선녀와 나무꾼 설화의 배경이 되는 ‘감호’나 아홉 신선이 놀고 갔다는 ‘구선봉’,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해금강’등의 천혜의 자연환경 또한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제한적인 입장이 가능하여 눈으로만 이런 광경을 담을 수 있지만, 언젠가 통일이 이루어져 일반적인 통행이 가능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금 가보고 싶은 장소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운 좋게 제12기 국토대장정에 함께하게 되었고, 운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비록 칠박팔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값지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스물 셋의 여름 그날들은 한 순간일 수 있지만 그날의 기억은 내가 서른 셋 혹은 그 후가 되더라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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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20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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