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꼭 기억해야 할 안보적 이벤트 

 올해는 우리에게 국내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해이다. 1950년 7월 27일, 3년 1개월 2일간의 6.25전쟁 포화를 멎게 한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되었고,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혈맹(血盟)의 관계를 발전시켜 온 지 7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며 인생사에서 70년을 맞이하는 일은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으로 고희(古稀)라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일일진대, 남북관계의 정전협정과 한국과 미국 간의 동맹관계가 70년을 이어왔다는 것은 세계사에서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이 두 개의 안보적 이벤트는 마냥 기념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은 그동안 한국의 안보를 지탱하고 지원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음이 분명하지만, 분단구조를 해체하지 못하고 정전협정이 70년이나 이어져 왔다는 안타까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 두 개의 기억과 함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유엔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함이다. 

유엔과 한국의 과거 인연과 현주소 

 유엔과 한국은 같은 해인 1945년에 나란히 출범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았다. 유엔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다시는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다짐에서 1945년 10월 24일 범세계적 국제기구로 창설되었다. 이후 한국은 1948년 8월 15일 정부를 수립하면서 헌법 전문에 유엔의 DNA인 민주 독립 국가, 인도주의, 인권과 국제평화와 같은 키워드를 포함하여 유엔의 가치와 규범을 적극 수용하였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한반도를 공산화하기 위해 기습남침하자, 유엔은 즉각적 대응에 나섰다. 유엔은 6월 25일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제82호를 통해 북한군에 대해 38선 이북으로 즉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6월 27일자 유엔결의 제83호는 북한군 격퇴에 필요한 원조를 유엔 회원국이 남한에게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7월 7일자 결의 제84호에서는 북한군 격퇴 작전을 수행할 통합부대가 유엔기를 사용하고, 미국이 그 사령부를 구성한다고 결의했다. 이렇게 하여 7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유엔군사령부(UNC)가 탄생하였다.

 당시 한국은 북한의 기습으로 풍전등화의 긴박한 상황에 봉착했고,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음에도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조치로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게 되었다. 미국 등 16개국의 전투부대 파병, 인도를 비롯한 6개의 의료지원, 버마(지금의 미얀마) 등 38개국의 물자지원 등 총 60개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영토와 자유를 지켜냈다. 그리고 정전협정에서 유엔군사령부는 한국군과 유엔 참전국을 대표하여 협정에 서명하는 당사자가 되었다. 

 정전협정 70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을 기억하면서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유엔군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런 자유와 번영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군사·의료부분에서 도운 나라뿐 아니라 물자부분에서 도와준 나라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정전협정 이후 유엔사는 평시에는 ‘정전협정 관리자’ 역할을, 유사시에는 ‘전력제공자’(Force provider) 역할을 해 왔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16개국 대표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에 맞춰 워싱턴에서 ‘한국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선언’(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의 주요 내용은 “만약 유엔 원칙에 반한 무력공격이 재발할 경우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이에 대항할 것임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근거로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이도 7개의 주일본 후방기지를 활용해 미군과 다국적군의 병력·장비·물자 등을 한반도까지 전개해 한미연합사에 제공하게 되었다. 

 한국은 1991년 9월 17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160번째의 정식회원국이 되었다. 이후 한국은 과거 유엔으로부터 받았던 혜택에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며 지구촌 평화를 위한 국제적 공조에 적극 참여해 왔다. 1993년 7월 소말리아 상록수부대의 파병을 시초로, 1999년 동티모르에 파병을 하였고, 2023년 11월 현재 레바논에 동명부대, 남수단에 한빛부대,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 UAE에 아크부대 등을 파병하고 있다. 이들 파병부대는 분쟁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며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며 군사외교관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또한 경제강국이 된 한국은 2022년 유엔 정규 예산 분담금과 평화유지활동(PKO) 예산 분담금 모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예산을 지출하는 등 유엔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다. 한국은 1996년과 2013년 등 2회에 걸쳐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했고, 2024년에도 선출되어 국제적 위상을 높이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에는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여 연임하기도 했다. 

유엔과 함께 해야 할 미래 한반도 안보를 위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인접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엔은 같은 해 3월 2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긴급총회를 열고 철군을 촉구하는 표결을 했다. 그 결과 141개국이 찬성했으나, 북한을 비롯한 5개국은 반대했고, 중국을 비롯한 35개 국가는 기권했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의 반대와 중국의 기권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과거 73년 전 6.25전쟁 당시 북한의 침략에 대한 결의안 채택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북한이 또다시 남침한다면, 유엔이 과거와 같이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자문해 보면 다양한 답변을 예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더욱 결속해야 하고 한국의 자력에 의한 국방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정전협정 70주년의 2023년을 보내면서, 대한민국이 침략과 고난에 처했을 때 기꺼이 도와준 나라와 유엔참전 용사들을 기억해야 한다. 

 안보적으로 11월은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시간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유엔군은 한반도의 분쟁에 대해서는 물론, 통일 과정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국제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할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2020년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매년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정했다. 또한 매년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다가오는 11일,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를 기해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갖자. 
                                                               
박동순 교수(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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